변화와 의지로 한숨 돌렸지만…‘3연패 탈출’ 서울, 아직 부족하다

입력 2020-08-02 16: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포츠동아DB

K리그1(1부) ‘전통의 명가’ FC서울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최근 리그 3연패로 주춤한 사이 K리그2(2부) 강등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승강 플레이오프(PO) 사투를 치르며 가까스로 생존한 2년 전 아픈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엎친데 덮쳐 서울 최용수 전 감독이 포항 스틸러스와 FA컵 8강에서 1-5로 완패한 직후인 지난달 30일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자존심 강한 ‘서울의 레전드’에게 더 이상의 추락은 용납할 수 없었다. 위기의 팀에 최후의 숨을 불어넣기 위해, 스스로의 명예를 위해 물러났다.

서울에게 1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0’ 14라운드 원정경기는 결과가 필요했다. 유럽 여정을 끝낸 기성용의 컴백으로 당장 전력이 올라간 것도 아닌데다 수장까지 떠나 부담만 더 컸다.

그래도 카드는 있었다. 정신력 고취와 전술 변화다. 최 감독을 보좌하다 임시로 팀을 이끈 김호영 수석코치는 팀 미팅에서 “너희들은 서울이다. 두려움, 불안함을 떨치고 (승리) 본능을 꺼내자”며 떨어진 사기를 끌어냈다. 전술적으로도 스리백 대신 포백으로 나섰다. 최전방은 그간 재미를 못 본 투 톱에서 원 톱으로 전환했다. 지역 방어, 역할분담, 체력안배를 위한 협력 플레이를 주문했다.

선택이 적중했다. 4-2-3-1 포메이션의 최전선에 선 윤주태가 멀티 골을 터트렸다. 전반 26분 선제골, 스코어 1-1로 팽팽한 후반 25분 한승규의 도움으로 결승 포를 터트려 값진 승점 3을 추가했다.

하이라이트는 서울 수비의 육탄방어였다. 그간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계속되는 실점에 위축됐던 서울은 달라졌다. 필드 플레이어 전원이 공을 향해 온몸을 던졌고, 상대 공격수와 부딪히고 맞서 싸웠다. 결국 6월 27일 인천 유나이티드전 이후 5경기 만에 시즌 4승째(1무9패·승점 13)를 쌓아 한숨 돌렸다. 윤주태는 경기 후 “(최용수) 감독님 사퇴에 선수들도 자유롭지 않다”고 씁쓸한 감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쉬움은 또 있다. 김 코치는 구단에게 ‘감독대행’ 여부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성남전을 치렀다. “(구단이) 답을 준 것은 아니나 서울다움이 사라지는 상황에 개인감정은 뺐다”던 그는 결국 코치도, 대행도 아닌 ‘경계인’ 신분으로 벤치에 앉았다.

서울은 올해 구단 차원의 시행착오가 많다. 홈 개막전 관중석에 리얼 돌(성인용품 인형)을 배치해 첫 승의 기쁨을 만끽하지 못했고, 최 감독이 부르짖던 외국인 공격수는 영입하지 않았다. “돈 없어 영입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는 모호한 답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던 구단은 소중한 여름이적시장을 사실상 빈손으로 날렸다. 호사(전 전북 현대) 등 일부 선수들과 접촉한 정황은 있었으나 과감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서울은 최 감독과 결별 상황에 대한 설명도 명쾌하지 못했다. 구단과 감독이 정확히 어떤 과정을 거쳐 이별을 결정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해 빈축을 샀다. 모처럼의 짜릿한 승리에도 뒷맛이 씁쓸했던 이유다.

성남|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