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심우준. 스포츠동아DB
“닭살이 쫙 돋았습니다.”
심우준(25)은 KT 위즈가 2014년부터 주전 유격수로 점찍은 팀 내 핵심 유망주다. 하지만 성장은 기대보다 더뎠다. 심우준의 야구인생 터닝 포인트는 지난해였다. 유격수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50연속경기 무실책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때 얻은 자산은 심우준을 성숙하게 만들었다.
KT는 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4-2로 승리했다. 쉬운 승리는 아니었다. ‘클로저’ 김재윤이 9회초 1사 만루 위기를 허용한 것. 타석에서는 키움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김하성이 들어섰다. 끝내기 패배까지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하성은 볼카운트 2B로 유리한 상황에서 김재윤의 3구를 받아쳤고, 타구는 2루수 박경수 쪽으로 향했다. 잡아당기는 타구가 많은 김하성을 대처하기 위해 심우준은 3루수 방면으로 치우쳐있었다. 박경수가 토스할 때까지도 2루 베이스 근처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심우준은 급히 2루 베이스를 밟은 뒤 펄쩍 뛰며 1루 송구에 러닝 스로우, 병살타를 완성했다.
이강철 감독은 5일 경기 전 “심우준의 마지막 수비를 보고 닭살이 돋았다. 그 장면만 놓고 보면 메이저리그급이었다”며 “한 걸음만 더 딛었어도 김하성은 세이프였을 것이다. 정말 좋은 수비였다”고 거듭 극찬했다. 이어 “(심)우준이는 수비에서 자신감을 완전히 얻은 것 같다. 지난해 경험이 주효했다. 이젠 타격이 안 풀려도 수비에 영향을 안 받는다”고 칭찬했다.
심우준은 인터뷰 때마다 “팬들이 댓글로 ‘다른 건 몰라도 수비만큼은 인정한다’고 할 때 기분이 좋다. 수비만큼은 최고가 되고 싶다”고 강조한다. 이 감독은 “그 기사를 봤다. 팀이 강해지려면 센터라인이 튼튼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우준이가 핵심이다. 본인이 중요성을 알고 있다는 자체가 성숙한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타율만 놓고 보면 리그 하위권이지만 KT 라인업 카드에서 심우준의 이름은 빠지지 않는다. 그 신뢰는 이제 타격감까지 오르게 만들고 있다. 심우준은 사령탑을 소름 돋게 만든 호수비와 익숙해지고 있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