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옷 적응해가는 HOO&HO, 韓 야구 이야기꾼이 되어간다!

입력 2020-08-1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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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정후(왼쪽)-KT 강백호(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

‘VS’보다는 ‘&’가 더 잘 어울릴지 모른다. 한국야구의 현재이자 미래인 이정후(22·키움 히어로즈)와 강백호(21·KT 위즈)는 올 시즌 나란히 낯선 옷을 입고 있다. 생소함 탓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했지만, 적응기는 끝났다. 이들이 팀 타선의 중심인 4번타자 자리에서 펼치는 퍼포먼스는 야구팬들의 즐거움 중 하나다.

● 거포 이정후, 자리가 사람을 만들었다!
2017년 데뷔한 이정후는 지난해까지 1772타석을 소화했는데, 그 중 1368타석(77.2%)을 1번타자로 나섰다. 그 뒤를 3번(210타석·11.9%), 2번(88타석·5.0%)이 잇는다. 전체의 94%를 상위타순으로 소화한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키움에는 ‘국가대표 4번타자’ 박병호가 건재했고, 대체자로 김하성, 제리 샌즈가 있었다. 이정후는 이들이 맛있게 먹을 밥상을 차리는 데 주력했다.

올해는 달라졌다. 박병호와 김하성의 동반 슬럼프로 손혁 감독은 이정후에게 4번타자 자리를 맡겼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고 있다. 이정후는 10일까지 81경기에서 타율 0.369를 기록 중이다. 콘택트 능력은 여전한데 장타가 비약적으로 늘었다. 올해 357타석에서 때려낸 홈런은 12개. 지난해까지 3년간 1772타석에서 14홈런을 때려냈으니 진화 속도가 엄청나다. 앞선 3년간 0.449였던 장타율은 올해 0.605로 급등했고, 순장타율(장타율-타율)도 0.111에서 0.236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기록으로만 놓고 보면 아예 다른 타자가 된 것이다.

● 슬럼프는 잠시, 천재가 깨어난다!
2018년 데뷔한 강백호는 첫 시즌 138경기에서 타율 0.290, 29홈런, 84타점으로 고졸 신인의 각종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는데 지난해에는 116경기에서 타율 0.336, 13홈런, 65타점을 기록했다. 장타보다는 콘택트에 집중해 리그 타격 5위에 올라 천재성을 증명했다.

올해는 9일까지 60경기에서 타율 0.301, 12홈런, 44타점을 기록하며 앞선 2년의 중간지점을 찾고 있다. 지난해까지 1090타석 중 1040타석(95.4%)을 상위타순으로 나섰는데, 올해는 전체 262타석 중 178타석(67.9%)을 4번타자로 출장 중이다.

이강철 감독은 올 시즌에 앞서 강백호에게 4번타자 겸 1루수의 중책을 맡겼다. KT를 넘어 한국야구의 간판으로 성장해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강백호는 7월 22경기에서 타율 0.253, 장타율 0.386으로 데뷔 이래 최악의 월간 성적을 기록했지만, 8월 들어 5경기에선 타율 0.350, 장타율 0.450으로 완연한 상승세다.

● 또 하나의 라이벌 서사가 쓰인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절친’ 사이였던 이정후와 강백호는 닮은 점이 많다. 데뷔 시즌부터 선배들과 싸워 이겨낸 성장의 서사는 팬들의 카타르시스를 충분히 자극했다. ‘베이징 키즈’로 분류되는 이들은 2021년으로 미뤄진 도쿄올림픽, 그리고 그 뒤 자신들을 보고 야구를 시작하는 또 다른 키즈의 요람이 되길 바라고 있다.

올해는 나란히 4번타자 자리에 도전해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가며 자신의 가치를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야구는 고(故) 최동원과 선동열, 양준혁과 이종범 등 라이벌의 존재로 이야기를 키워왔다. 이정후와 강백호가 2020년대의 이야기꾼이 되어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듯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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