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남’ 구교환·‘섹시함’ 신정근·‘일체감’ 박명훈…여름 韓영화 주역

입력 2020-08-1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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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스틸러’들이 여름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반도’의 구교환(사진), ‘강철비2:정상회담’의 신정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박명훈이 각 영화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관객들을 극장가로 이끌고 있다. 사진제공|NEW

여름 극장가, 한국영화를 빛내는 ‘신 스틸러’ 조연들

‘반도’ 지휘관 구교환 감정연기 압권
‘강철비2’ 신정근 카리스마 부함장
‘다만…’ 박명훈, 사건 긴장감 극대화
강동원, 정우성·곽도원, 이정재·황정민.

여름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영화 ‘반도’와 ‘강철비2:정상회담’ 그리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각 주역들이다. 하지만 이들 말고도 치열한 흥행 경쟁구도를 떠받치는, 든든한 조연들의 힘도 만만찮다. ‘반도’의 구교환, ‘강철비2:정상회담’의 신정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박명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침체에 빠졌던 극장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진정한 주역들이라 할 만하다.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 사이에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특히 이들은 짧게는 12년, 길게는 30여년에 이르는 연기 경력으로 뒤늦게 빛을 발하며 ‘늦깎이’ 스타로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반도’ 구교환…독립영화 스타에서 스크린 주역으로
2016년 영화 ‘부산행’의 4년 뒤, 폐허 위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좀비와 벌이는 사투를 그린 ‘반도’에서 구교환(38)은 군부대 지휘관 역을 연기했다. 사람들을 구하던 자였지만 절망에서 탈출하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물이다. 본래의 인성을 애써 저버리려는 욕망과 절망의 몸짓으로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내며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반도’의 연출자 연상호 감독은 그를 “새로운 유형의 배우”라고 말했다. 감독의 말처럼 구교환은 관객의 호응 속에 차세대 스크린 주자의 자리를 이미 예약했다.

그 바탕은 2008년 ‘아이들’로 데뷔한 이후 꾸준히 독립영화를 통해 쌓은 기본기에 있다. 2017년 ‘꿈의 제인’의 트렌스젠더 역할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춘사영화상 신인상을 받은 실력파이다. 또 ‘걸스온탑’ ‘방과후 티타임 리턴즈’ ‘연애다큐’ 등 영화를 연출하거나 시나리오를 쓰는 재능도 지녔다.

구교환은 본격 상업영화로서 첫 무대와 다르지 않은 ‘반도’를 통해 이제 자신의 영역을 넓히며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를 통해 또 다른 면모를 과시할 전망이다.

영화 ‘강철비2’ 신정근.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강철비2’ 신정근…섹시함의 발견
신정근(53)은 그동안 숱한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낯익은 배우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정확히 아는 이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강철비2:정상회담’을 첫 대표작으로서 남기게 됐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둘러싸고 회담장에 모인 남북미 정상이 북한의 핵잠수함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그는 부함장 역할을 맡아 존재감을 드러냈다. 관객은 리더십과 결단력 그리고 인간적 감성을 지닌 캐릭터에 빠져 들었다. 일부 관객은 그에게서 “섹시함”까지 봤다. 북한군 장교의 깡마른 얼굴이 드러내는 강단과 중저음의 강렬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힘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정근을 이 역할에 추천한 ‘강철비2:정상회담’의 주연 정우성이 “딱 북한군”이라고 가리킬 정도다. 신정근 역시 “아침마다 내 이름을 검색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며 최근의 성과에 만족함을 표했다.

1987년 연극무대를 시작으로 4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하루만 촬영하는 일일 배우, 이틀간 찍는 이틀 배우”였던 시절을 지나온 그는 이제 오롯이 배우로서 존재를 각인시키며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을 새로운 무대로 삼고 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박명훈.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박명훈…‘기생충’에 이은 존재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박명훈(45)은 이미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무명이었던 그는 단박에 관객의 사랑을 받는 배우가 됐다. ‘기생충’으로 디렉터스컷 어워즈 ‘올해의 새로운 남자배우상’을 받았고, 미국배우조합이 주는 캐스팅상까지 거머쥐었다. 영화 중반부터 등장하는 그의 강하고 기이한 이미지가 모든 이야기의 시작과 끝인 것처럼 캐릭터에 맞춤한 모습으로 호평 받았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도 그는 이야기의 단초를 제공하는 인물로 등장해 스크린 속 캐릭터와 일체감을 과시하고 있다. 암살자와, 그로부터 희생된 형제의 복수를 위해 추격에 나선 남자의 이야기가 박명훈으로부터 시작된다. 특히 극중 암살자 황정민과 어우러지는 장면에선 사건의 긴장감을 더하며 ‘신 스틸러’로서 역할을 다한다.

1999년 연극 ‘클래스’를 첫 무대로 활약한 그는 서울 대학로에서는 이름을 얻은 중견이다. 2004년 독립영화 ‘산다’를 통해 스크린의 맛을 봤지만, 아직 관객에게 얼굴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던 그는 ‘기생충’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거치며 이제 주연으로 우뚝 서게 됐다. 새 영화 ‘비광’과 ‘리미트’에서 본격 주연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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