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손아섭.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32·롯데 자이언츠)의 클래스는 역시 남달랐다. 승부처에서 또 한 번 힘을 발휘하며 팀을 벼랑에서 구했다. 26일 사직 SK 와이번스전 6회말 대타로 출장해 8회말 2번째 타석에서 결승타를 터트리며 팀에 3-1 승리를 안겼다.
손아섭은 최근 햄스트링이 좋지 않아 정상 컨디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팀의 도약을 위해 힘쓰고 있다. 전날(25일)에는 2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해 3-6으로 끌려가던 6회 역전 만루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팀이 7-10으로 재역전패한 탓에 빛이 바랬지만, 국내 최정상급 타자다웠다.
이날은 아예 벤치에서 대기했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경기 전 “손아섭은 근육통이 있어 대타로 대기한다”고 밝혔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손아섭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지만, 한시도 그라운드에서 눈을 떼지 않고 경기에 집중했다. 언제 대타로 나가든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은 것이다.
6회 첫 타석에선 3루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1-1로 맞선 8회 2사 만루 기회에선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냈다. 볼카운트 0B-1S서 SK 서진용의 2구째 시속 142㎞ 포심패스트볼을 받아쳐 2타점 우중간적시타로 연결했다. 불펜에서 몸을 풀던 마무리투수 김원중의 구위를 고려하면, 2점의 격차는 승리를 위한 충분조건이었다.
손아섭은 올 시즌 내내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집중력을 보였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득점권에서 타율 0.364(88타수 32안타), 4홈런, 51타점의 성적을 거두며 해결사 본능을 마음껏 뽐냈다. SK를 상대로 홈 2연전을 모두 내줄 위기에서 발휘한 클러치 능력은 그야말로 롯데에 한줄기 빛과 같았다.
손아섭이 팽팽한 흐름을 깨트리면서 승부는 일순간에 기울었다. 마무리 김원중은 9회를 퍼펙트로 막고 세이브를 챙겼다. 선발투수 박세웅이 7이닝을 3안타 1홈런 2볼넷 6삼진 1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아내고, 유격수 딕슨 마차도가 환상적 수비로 실점을 최소화한 과정이 해피엔딩으로 이어졌다. 손아섭의 적시타는 화룡점정이었다.
허 감독은 경기 후 “손아섭이 귀중한 적시타로 간판선수임을 증명했다. 최근 부상을 당해 다소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 몫을 다해줬다”고 칭찬했다. 손아섭은 “1점만 내자는 생각으로 스윙을 짧게 했는데, 실투가 들어와서 정확하게 잘 맞았다”고 밝혔다.
사직|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