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김정빈이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마친 뒤 본인과 아내의 이니셜을 새긴 모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직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당당하게 첫 승을 챙기고 나서 이야기하고 싶었죠.”
26일 사직구장에서 취재진 앞에 선 SK 와이번스 좌완투수 김정빈(26)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SK 홍보팀 관계자가 “김정빈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더라”고 귀띔한 직후라 궁금증이 증폭됐다.
김정빈은 26일까지 올 시즌 42경기에 등판해 1승1세이브10홀드, 평균자책점(ERA) 3.55를 기록하며 SK 마운드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떠올랐다. 2013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전체 28순위)에 지명 받은 뒤 2017시즌 처음 1군 무대를 밟았고(2경기), 2018~2019시즌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복무하고 돌아오자마자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시속 140㎞대 중반의 포심패스트볼(포심)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의 무브먼트를 앞세워 필승계투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데뷔 첫 풀타임을 소화하며 의미 있는 이정표를 하나씩 세우고 있다. 5월 20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첫 홀드, 7월 1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선 첫 세이브를 따냈다. 그리고 모두가 그토록 바라는 프로 첫 승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25일 사직 롯데전에서 10-7로 앞선 7회 2사 1·2루에 등판해 1.1이닝을 1안타 무4사구 1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는데, 홀드가 아닌 승리로 기록됐다. 김세현이 6-7로 뒤진 상황에서 6회를 마무리한 뒤 타선이 7회 역전에 성공한 상황을 고려하면, 일반적으로 김세현에게 승리투수가 돌아가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날은 ‘리드를 잡기 전 마지막으로 투구한 선수가 기록원이 판단하기에 충분히 효과적이지 못했을 경우, 그 이후에 올라온 구원투수 중 가장 효과적인 선수에게 승리를 부여한다’는 예외조항에 따라 김정빈이 승리투수로 기록됐다. 본인도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았다. 그는 “숙소로 이동하는 길에 부모님께 연락이 왔다”며 “처음에는 나도 ‘승리가 아니라 홀드’라고 말씀드렸는데, ‘기록을 보라’고 하시더라. 그때 알게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SK 김정빈. 스포츠동아DB
김정빈이 숨겨왔던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 배경이다. 비록 26일에는 동점 상황에서 아쉬운 투구(0.2이닝 2실점)로 데뷔 첫 패전까지 떠안았지만, 접전 상황에서 등판하는 필승계투요원에게 패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김정빈은 “지금의 아내와 1월에 혼인신고를 하고 부부가 됐다”며 “9월 7일 아내가 아들을 출산할 예정이다. 당당히 승리를 챙기고 좋은 날에 얘기하고 싶었는데, 1주일 뒤 출산이라 더 미룰 수가 없었다. 아내에게 정말 고맙다. 분유 값은 내가 벌겠다”고 말했다.
지금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면, 내년 시즌 큰 폭의 연봉인상을 기대할 수 있다. 2700만 원의 최저연봉을 받는 선수에게는 엄청난 동기부여다. 유모차 등의 육아용품을 언급하면서도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그는 “내가 버틸 수 있는 비결은 가족의 힘”이라고 강조하며 “이제 돈 많이 벌어야 한다”고 웃었다.
사직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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