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하고 경이롭다” 산악다큐 ‘알피니스트’, 트렌토영화제 심사위원상

입력 2020-09-03 1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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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열정적인 산악인들과 카메라맨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제작 민치앤필름)이 제68회 이탈리아 트렌토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높고 험한 산을 향한 모험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산악인, 알파니스트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국제무대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은 국내 산악영화의 대표 촬영감독으로 꼽힌 고 임일진 감독이 남긴 기록이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차례 히말라야 원정을 함께 한 사람들의 도전과 그 이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안타깝게도 임일진 감독은 2018년 10월 히말라야 구르자히말산 등반 도중 강풍에 베이스캠프가 휩쓸리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번 작품은 고 임일진 감독과 공동 연출을 해온 김민철 감독이 완성했다.

○ “새롭고 특별하고 독창적인 다큐멘터리”

트렌토 국제영화제는 알프스 인근 이탈리아 남티롤 지역에서 매년 열리는 산악영화제이다. 캐나다 밴프 산악영화제와 더불어 가장 유서 깊은 영화제로도 꼽힌다. 산악인이나 산악을 주제로 하는 영화 뿐 아니라 자연과 모험을 다룬 영화들을 적극 발굴해 소개하고 있다.

트렌토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단은 ‘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에 심사위원상을 수여하면서 “등반에 대한 매우 새롭고, 특별하면서 독창적인 관심을 보여준다”며 “모든 열정적인 산악인들과 카메라맨에게 바치는 헌사이다”고 평했다.

이어 “임일진 감독은 지구에서 가장 오르기 어려운 히말라야에서의 수년간 경험을 기록했다”며 “이를 통해 생생하고 때로는 처연한, 또한 ‘가장 불편한 몇 가지 사실’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등반의 이면까지 묘사한다”고 밝혔다.

고 임일진 감독은 2008년 다큐멘터리 영화 ‘벽’으로 트렌토 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영화 최초로 마리오 벨로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심사위원상으로 두 번째의 수상 기록을 세웠다.

현지시간으로 2일 오후 7시30분 온라인 중계로 진행된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김민철 감독은 “제 동료인 고 임일진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임일진 감독도 히말라야 어딘가에서 친구들과 함께 수상을 축하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철 감독은 이번 수상으로 받은 상금 2000유로(약 280만원)를 (사)한국산악회에 기부했다. 한국산악회는 기부금을 바탕으로 관점이 있는 기록물을 만들고자 도전하는 산악인과 영화인들을 위한 지원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 산악영화 불모지에서 묵묵히 길 닦은 고 임일진 감독
‘알피니스트’는 높고 험난한 산을 대상으로 모험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 등산가를 뜻한다. 이들이 실천하는 등반인 ‘알피니즘’은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올랐다.

고 임일진 감독은 산악영화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에서 산악영화 감독의 길을 뚝심 있게 걸은 연출자이자 산악인이다.

2009년 파키스탄 스팬틱 골든피크 원정대부터 2010년 K2 가셔르붐 5봉 세계 초등알파인 원정대, 2011년 촐라체 스피드 원정대, 2013년 에베레스트 무산소 원정대까지 총 4번의 히말라야 원정과정을 이번 ‘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에 담았다.

영화에는 임일진 감독이 현장에서 마주한 경이로운 장관은 물론 등정의 환희, 가파른 얼음 절벽과 희박한 산소 등 한계에 부딪혔을 때의 두려움과 절망을 사실적이면서도 진정성 있게 담아냈다. 히말라야 등반의 도전과 성과에 주목한 기존 산악영화와 달리 산을 오르는 산악인의 내면까지 파고드는 작품으로 10월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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