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세리 “초등생까지 ‘리치언니’ 열광…행복합니다!” (인터뷰)

입력 2020-09-0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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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여자골프 대표팀 감독은 최근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과 친근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박 감독은 “방송 활동이 때로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재미있기도 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사진제공|바즈인터내셔널

제2 전성기 맞은 박세리 솔직토크

회사일 병행 주 7일근무에도
방송 일 포기 않고 종횡무진
후배들에게 길 열어주고파
코로나로 누구나 힘든 시기
나를 보며 위로 얻는다는 말
오히려 제가 위로 받고 있죠
“요즘 초등학생들도 날 보고 ‘리치 언니!’라고 부르더군요. 하하하!”

이제 ‘골프 여제’라는 별칭은 버렸나보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별장 같은 집과 ‘남다른 씀씀이(?)’를 과시하며 ‘리치(rich) 언니’라고 불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타박할 일은 아니다. 최근 E채널 예능프로그램 ‘노는 언니’를 비롯해 TV와 라디오를 넘나들며 무려 7편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더 없는 친근함을 안겨주고 있다.

1996년 프로에 입문해 전 세계를 제패했던 박세리(43) 여자골프 대표팀 감독 얘기다. 그는 최근 왕성한 방송 활동으로 일상의 큰 변화를 맞고 있다. 3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난 그는 이런 변화가 싫지 않은 눈치다. “이왕이면 ‘재미난 언니’로 불러주지”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집 공개·트월킹 댄스까지…“부담 있지만 재밌다”
그야말로 ‘파격행보’다. 예능프로그램으로 집과 일상을 공개한 것은 물론 14일부터 공개한 유튜브 채널 ‘인생 한 번 쎄리박’을 통해서는 트월킹 댄스(엉덩이를 씰룩대며 추는 춤)까지 선보였다.

“방송에 출연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당연히 부담도 따랐죠. 하지만 이제 출연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팬들이 정말 좋아해주니까. 그동안 보여준 골퍼의 이미지와는 다르다는 반응도 많았고요. 무엇보다 팬 연령층이 더욱 넓어졌다는 게 느껴져요. ‘조카뻘’ 되는 초중학생들까지 좋아해주더라고요. 정작 저 스스로는 내가 왜 재밌는지 도통 모르겠어요. 하하하!”

E채널 예능 ‘노는 언니’에 출연하는 박세리. 사진제공|E채널


기세를 이어 첫 고정 출연 예능프로그램도 만났다. 8월4일 방송을 시작한 E채널 ‘노는 언니’다. 수영 정유인, 피겨스케이팅 곽민정 등 여성 스포츠스타들과 함께 출연하고 있다. “여자 스포츠스타들은 왜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안 나올까?”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섭외를 받아 단박에 “오케이!”를 외쳤다.

“목표는 종목별로 다양한 스포츠스타들을 출연시키는 거예요. 자연스럽게 각 종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테니까요. 각 분야에선 완벽한데 일상에선 ‘허당’인 스포츠스타들의 ‘반전’이 재미있죠? (정)유인이를 비롯해 함께 출연하는 친구들이 제 눈에도 정말 귀여워요. 운동을 했다는 경험의 공감대가 있어 10분 만에 친해졌고, 지금은 단체문자방에서 쉼 없이 수다를 떨어요.”

매사에 거침없이 솔직하지만 전문 방송인이 아닌 바에야 때로 어렵고 부담스럽기는 여전하다. 하지만 “그만큼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며 웃었다.

“아무래도 시청자마다 각기 다양한 시선으로 저를 본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다가와요. 워낙 솔직한 성격이라 더욱 조심스러워요. 하지만 모두 배워가는 과정이라 여기고 있어요. 다행히 재미있게 보고 있다며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울한 시기에 방송을 보고 힘이 난다는 시청자들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위로받고 있어요.”

박세리. 사진제공|바즈인터내셔널



“2030세대들이 ‘언니’ 보고 자신감 얻길”
방송가의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 박 감독의 ‘본업’은 사실 따로 있다. 작년 교육콘텐츠 회사 바즈인터내셔널을 설립해 공동 최고경영자(CEO)로 일하고 있다. 회사 일과 병행하느라 “주 7일 근무”를 하면서도 방송 활동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많은 후배들에게 은퇴 이후 지도자와 더불어 다양한 길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목표는 딱 하나, 종목 가리지 않고 스포츠 후배들에게 좋은 길을 마련해주는 거예요. 이를 위해 회사는 스포츠 유망주를 발굴하고 후원하면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에 집중하고, 저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죠. 후배들 덕분에 찾은 꿈이니 길을 잘 닦아가고 싶어요.”

매사에 목표가 확실하고 당찬 박 감독의 행보는 최근 2030세대의 새로운 ‘롤 모델’로도 꼽히는 원동력이다. 박 감독의 SNS에는 “언니·누나처럼 되고 싶다”는 누리꾼 댓글이 수없이 달려 있다.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저도 그랬고요. 못하는 걸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뭐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분명히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방송 활동을 통해 젊은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기도 해요. ‘나’를 믿고, 즐기면서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다면 분명 성과는 따라 올 거예요.”

10월13일이면 은퇴 4주년을 맞는 박 감독은 지금, “행복”하다. “‘심플’이 최고”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다.

“살아갈수록 행복은 결코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더 커져요.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 시원한 맥주 한 잔 하면서 ‘오늘 하루 잘 끝냈다’는 생각이 들면 그만이죠. 내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사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고 좋아요.”

박세리 프로필
▲ 1977년 9월28일생
▲ 1996년 KLPGA 입회
▲ 1998년 LPGA 데뷔·LPGA챔피언십, US여자 오픈 우승
▲ 이후 맥도널드LPGA챔피언십·브리티시 여자오픈 등 해외투어 25회 우승
▲ 2007년 한국인 최초 LPGA 명예의 전당 입회
▲ 2016년 공식 은퇴
▲ 2019년 바즈인터내셔널 설립·도쿄올림픽 여자 골프 국가대표 감독 선임
▲ 2020년 E채널 ‘노는 언니’, 유튜브 ‘인생 한 번 쎄리박’ 등 출연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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