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나성범. 스포츠동아DB
‘나스타’라는 별명은 나성범(31·NC 다이노스)이 단순히 스타이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 아니다. 나성범은 ‘별 하나’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홀로 은하수를 이루고도 남을 만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나성범이 살아야 NC가 산다’는 문장은 간단하지만 확실한 진리다.
NC는 8일 창원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4-2로 이겨 3연패에서 탈출했다. 최근 4경기 1무3패의 하락세에서 벗어난 NC는 선두 사수를 향한 힘찬 한걸음을 내디뎠다. 선발투수 송명기는 5이닝 4안타 2볼넷 3삼진 2실점으로 시즌 3승(1패)째를 거뒀다.
스코어가 말해주듯 이날 NC 타자들은 누구 하나를 고를 수 없을 만큼 대폭발했다. 1회부터 장단 8안타에 4사구 2개를 묶어 대거 10득점했다. 타자들의 몸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1회 두 자릿수 득점을 뽑아낸 사례는 흔치 않다. KBO리그 역대 7호이자, NC 창단 이래 최초 진기록이다. 1회에만 박민우와 나성범이 2득점, 양의지가 멀티히트를 기록했으니 ‘초전박살’이었다.
그 중에서도 나성범의 가치가 빛났다. 나성범은 1-0으로 앞선 1회말 무사 2루서 볼넷을 골라낸 뒤 후속 박석민의 안타 때 홈을 밟았다. 이어 8-0까지 벌어진 1회말 2사 2·3루 2번째 타석에선 우전안타로 2타점을 신고했다. 나성범은 10-0으로 앞선 3회말 1사 1·2루서 좌전안타로 타점을 추가하는 등 3타수 2안타 3타점 3득점으로 이날 공격을 주도했다.
나성범의 8월과 9월은 판이하게 달랐다. 8월 23경기에서 타율 0.371, 9홈런, 29타점으로 펄펄 날며 KBO 월간 최우수선수(MVP) 후보에까지 올랐다. 팬 투표에선 총 19만8839표 중 10만6315표(53.5%)를 휩쓸며 과반의 지지를 얻었지만, 기자단 투표에서 밀려 월간 MVP 등극에 실패했다.
공교롭게도 8월의 기세가 9월초에는 이어지지 않았다. 나성범은 7일까지 9월 5경기에서 타율 0.136(22타수 3안타)으로 고전했다. 때려낸 3안타 모두 단타였고, 찬스마다 번번이 고개를 숙였다. 양의지와 박민우가 분전했지만 나성범이 침묵하자 NC는 9월 1승1무3패에 그쳤다. 나성범 한 명의 고전 때문이라고 볼 순 없지만, 선두 자리가 위태한 상황이었기에 빠른 반등이 절실했다.
심기일전한 나성범은 맹타로 팀의 선두 사수에 앞장섰다. NC는 개막부터 9월까지 4개월 넘게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했다. 2013년 1군 합류 이후 이처럼 오래 선두를 지켜본 적이 없기에 만약 2위 그룹에 그 자리를 내준다면 ‘번아웃 증후군’이 올 가능성도 있다. 어떻게든 지켜내야 하는 상황에서 나성범의 반등은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단지 나성범이 잘 쳐서 이겼고, 나성범이 못 쳐서 졌다는 점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나성범이 팀 전체에 미치는 존재감 때문에라도 이날의 활약은 큰 의미가 있다.
창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