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2012 KS 직관한 야구소년 송명기, 이젠 KS 등판을 꿈꾼다

입력 2020-09-10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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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송명기. 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가 맞붙은 2012년 한국시리즈(KS)는 6차전까지 가는 명승부였다. 삼성은 2011년에 이어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왕조’의 초석을 닦았다. 명가 구축의 꿈에 다가서는 중요한 해였다.

이 KS는 또 한 명의 꿈을 키웠다. 야구를 막 시작했을 때 관중석에서 이 경기를 ‘직관’한 소년은 ‘언젠가 나도 이런 큰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품게 됐다. 그리고 프로 데뷔 2년차인 올해, 그 목표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송명기(20·NC 다이노스)의 꿈이 영글어간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7순위)로 NC에 입단한 송명기는 첫해 2경기에서 3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인상 깊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고졸신인이 첫 시즌부터 1군 마운드를 밟은 자체가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완주하며 기대는 더욱 커졌다.

하지만 첫 단추는 아쉬웠다. 5월 17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크게 앞선 가운데 등판했지만 0.1이닝 3안타 2볼넷 3실점으로 고전했고, 이튿날 곧장 2군으로 내려갔다. 기대가 컸던 만큼 스스로도 실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이동욱 NC 감독은 문자메시지로 “실패가 아니다. 성장하고 경험하는 단계”라고 격려했다.

이 감독의 격려는 빈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한 층 더 단단해진 송명기는 1군 재콜업 후 23경기에 구원등판해 26.1이닝을 책임지며 평균자책점(ERA) 3.08로 호투했다. NC 불펜의 전반적인 슬럼프 속에서 송명기는 빛났다. 결국 선발 기회까지 찾아왔고, 4경기에서 2승1패, ERA 3.26으로 쾌투 중이다.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직구에 슬라이더 그립을 잡고 던지는데 움직임이 심한 커터가 주무기다. 여기에 포크볼까지 결정구로 쓸 만큼 완성돼가고 있다. “타자에게 맞아야지만 아웃이든 안타든 결과가 나온다. 설령 안타를 맞아도 ‘볼볼’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안방마님 양의지의 조언에 싸움닭 기질까지 갖춰간다. 1년 선배 신민혁(20)과 함께 선발로테이션을 돌고 있다는 점도 든든하다. 평소 절친한 둘은 서로의 구종부터 경기운영까지 공유하고 소통하며 성장하는 중이다.

초등학생 때 관중석에서 지켜본 2012 년 KS의 기억은 선명하다. 삼성이나 SK의 팬은 아니었지만 지켜본 자체가 자극이자 동력이었다. 일단 부상 없이 1군에서 시즌을 완주하는 게 목표라고는 하지만, 1차 과제를 달성하면 그 다음은 포스트시즌이다. 쟁쟁한 선배들이 그랬듯 송명기도 큰 무대에서 던지는 자신을 매일 같이 상상하는 중이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는 좋다.

창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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