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지. 사진제공 | KLPGA
그러나 정작 주인공은 성에 차지 않는 듯 했다. 주변에선 ‘꾸준함의 대명사’라고 칭찬하지만 “‘쟤는 매년 1승 밖에 못해’라는 말은 더 이상 듣기 싫다. 그래서 나를 더 채찍질하고 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휴식기에도 부지런히 연습 라운딩과 홈 트레이닝을 하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재개를 기다리고 있는 박민지(22·NH투자증권)와 10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 100점이 아닌 80점인 이유
스스로 100% 만족하진 못하지만 누구나 부러워할 만큼 매년 꾸준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도 사실. “고교시절부터 ‘지난해보다 나아진 올해 모습’을 매년 목표로 삼았다. 2학년 올라가면서 상비군이 됐고, 3학년이 되면서 국가대표가 됐다. 프로에 와서도 상금 랭킹이 해마다 조금씩 올라갔다”며 “매년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그것이 꾸준함의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잠시 뜸을 들인 뒤 한마디 곁들였다. “하지만 돌아보면 조금 밋밋했다. 좀 더 화려한 성적을 내지 못해 아쉽다. 언젠가 ‘쟤는 매년 1승 밖에 못 해’ 이런 댓글을 본 적이 있다. 더 이상 그런 얘기는 듣고 싶지 않다.”
● 헌신하신 부모님을 위해
아울러 “금전적인 것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도 내가 골프를 시작한 뒤 부모님께서는 당신들의 인생을 거의 갖다 바치듯이 내 뒷바라지를 해 주셨다. 그래서 난 더 골프를 잘해야만 한다”고 했다. 남다른 마음가짐이 느껴졌다. ‘효녀일 것 같다’고 하자 “아니다. 못됐다. 선수생활하다 보면 예민해지기도 하고 그래서 부모님께 못할 때가 많다. 짜증도 내고, 못되게도 하고 그렇다”고 했다. 전혀 ‘못된 딸’ 같지 않았지만, 미처 직접 고백하지 못했던 부모님에 대한 죄송한 마음도 어느 정도 담겨있는 듯 했다.
● 닮고 싶은 선수는 ‘효주 언니’
박민지를 아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훈련량이 많은 선수”라고 말한다. 현재에 안주하는 대신 ‘더 채찍질 하겠다’고 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평소 “아주 특별한 장점이 없는 게 단점이고, 그렇다고 뚜렷하게 못 하는 게 없는 게 장점”이라고 말하는 그는 임희정(20·한화큐셀)의 퍼터 실력과 김효주(25·롯데)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희정이는 기본을 잘 지키면서 퍼터를 너무 잘 한다. 옆에서 연습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쳐다보게 된다. 효주 언니는 함께 플레이할 때 보면 샷, 숏게임, 퍼터 모두 못 하는 게 없다. 퍼터도 거침없이 치고 싶은대로 치는 것 같은데 그냥 다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 앞으로 2승, 3승…. 더 우승하고 싶다
스스로 ‘사납다’는 표현을 썼지만 어쩌면 한 계단 더 올라서기 위해 자신에게 주문을 걸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다음 말을 듣고서였다.
“MBN여자오픈에서 다시 우승하기 전까지 챔피언조에서 마지막 날 경기를 할 때면 ‘마음 비우고 내려놓고 치겠다’,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사실 맞는 말인데, 나한테는 오히려 그게 독이 됐던 것 같다. 안정적인 플레이만 하게 되고, 정신도 해이해지고. ‘우승은 내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니 최종라운드에서 잘 해야 이븐파, 1언더파 밖에 치지 못했다.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도 마음대로 안 되는 게 골프인데…. 그래서 이번에 우승할 때는 욕심을 냈고, 욕심을 내니 좀 더 공격적으로 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우승에 더 큰 욕심을 내려고 한다. 이번 하반기엔 2승, 3승 꼭 더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