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울산’을 거부한 전북, 수싸움&준비&멘탈이 차이를 갈랐다

입력 2020-09-16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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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에서 전북 바로우가 선제골을 성공한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전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라이벌이라 부르기에 격차가 너무 크다. 한쪽이 압도적으로 치고 나가서다. K리그1(1부)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에 얽힌 이야기다.


전북이 ‘현대가 더비’에서 또 이겼다.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1라운드 홈경기에서 울산을 2-1로 제압했다. 이로써 전북은 드디어 울산전 통산전적에서 37승26무36패로 우위를 점했다. 최근 11경기만 보면 7승3무1패다.


넉넉해 보이던 1, 2위의 간격도 좁혀졌다. 선두 울산은 14승5무2패, 승점 47에 묶인 반면 2위 전북은 14승3무4패, 승점 45로 바짝 다가섰다. 2005년 이후 15년만이자, 통산 3번째 별을 가슴에 달려는 울산이지만 최근 3경기 연속 무승(2무1패)으로 이제 더는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벤치 싸움부터 울산은 실패였다. 전북은 교체카드가 1장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며 22세 이하(U-22) 자원을 명단에서 빼는 강수를 둔 반면 울산은 어설프게 준비했다. 펄펄 날아다니던 주니오 대신 U-22 카드 박정인을 투입했고,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를 포백 수비의 중앙을 오가게 하는 ‘포어-리베로’로 기용했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쪽은 전북이 아닌 스스로였다. 울산은 27분 만에 백기를 들었다. 이른 실점에도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주니오를 투입했다. 이도저도 아닌 결과, 심지어 박정인의 사기만 저하시킨 꼴이 됐다. 울산 김도훈 감독은 “생각이 많았다”며 패착을 인정했다.

15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에서 전북 한교원이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전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전북은 ‘실리축구’였다. 사실 거의 모든 지표에서 밀린 듯했다. 볼 점유율에서 46대54(%), APT(실제경기시간)에서 28분21초로 울산(33분36초)에 뒤졌다. 슛 시도 12대15(회), 코너킥 2대13(개)으로 밀렸다. 단, 효율적이었다. 잘 버티고 막아낸 뒤 얻은 적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수시로 공간을 열어준 울산의 측면을 좌우 날개인 ‘감비아 특급’ 모 바로우(1골·1도움)와 한교원(1골)이 파고들어 승부를 결정지었다. 전북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은 “이기는 팀은 수비가 탄탄하다. 공수 밸런스가 아주 좋았다”고 설명했다.


멘탈에서도 전북이 앞섰다. ‘위닝 멘탈리티’의 차이다. 모든 팀에 강한 울산은 전북만 만나면 항상 죽을 쑨다. 전북 한교원은 “‘현대가 더비’라는 말만 접해도 가슴 설레고 뛰고 싶다. 이기고 싶다는 자극을 받는다”고 했지만, 울산은 그렇지 않다. 늘 힘이 들어가고 위축되며 실수를 연발한다. 선수단이 큰 폭으로 바뀌어도 팀 DNA가 유지된다. 김 감독은 “전북과의 차이는 자신감”이라고 했다. 맞는 얘기다. 그런데 사령탑 자신부터 과감해져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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