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건강 세미나②] 퇴행성 무릎관절, 수술이 최선입니까?

입력 2020-09-1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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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해리스 박사와 함께하는 관절건강 세미나’가 지난 8월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슈피겐홀에서 열렸다. 주제발표를 한 이안 해리스 박사(뒤·메인화면)와 사회를 맡은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 토론에 나선 김진구 명지병원 원장,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 심재앙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교수(왼쪽부터)가 주제발표 및 전문가 대담에 참여하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이안 해리스 박사와 함께 하는 관절건강 세미나

주최|스포츠동아
주관|스포엑스컴

이안 해리스 박사 “관절경 수술 효과 과신 말라”
외과의사는 수술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효과적이지 않을 것을 효과적이라 믿는 경향이 있다. 고관절 경미골절로 전치환술을 받은 환자들과 외과의사들의 만족도를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술만족도가 환자는 44%, 집도의사는 67%로 차이가 컸다. 이는 수술의 효과성을 과도하게 보고 수술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환자나 집도의 모두 치료에서 어떤 약물이나 수술의 실제 효과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플라세보 대비 수술의 효과를 비교해 보면 자연적인 호전, 평균으로의 회귀, 병인 치료로 설명할 수 있다.

자연적인 호전은 수술 효과가 아니라 수술하지 않아도 자연치유가 발생한 경우다. 어깨 수술한 그룹과 수술하지 않은 플라세보 그룹 사례를 보면 동일한 모습을 보이지만, 집도의는 수술 6∼12개월 후 환자의 증세가 개선된 것이 수술의 결과이며 효과라고 믿는다.

평균으로의 회귀 사례는 어떤 관절 환자는 통증이 심해졌다가 호전되는 모습을 보인다. 극심한 통증 시점을 지나면 평균 수준으로 회귀한다. 이를 모르고 통증이 심할 때 수술하고, 다시 통증이 낮아졌을 때 자연적으로 호전된 것을 믿지 않고 수술의 효과로만 본다.

플라세보 효과는 수술에서 크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대부분의 의학에서 특히 약물의 경우에는 플라세보와 함께 대조실험을 하지만 수술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타당한 매커니즘이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수술을 시행한다. 그리고 수술에 대한 충분한 연구 없이 수술이 효과 있다고 믿어버린다.

슬관절 치환술을 제외하면 수술은 비수술 대비 효과가 없다. 무릎 관절경 수술에 대해서도 연구했는데, 퇴행성 질환에 대해서 효과가 없다. 이는 굉장히 강력한 권고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수술이 효과적이라고.

효과를 검증하려면 수술과 비수술을 비교해야 한다. 미국 저널(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관절경 수술이 비수술과 차이가 없다’는 결과도 있다. 효과가 검증될 때가지 연구를 진행해야 하지만 여전히 집도의는 효과 있다고 생각한다. 골 기시부 파열(내측 반월상 연골 후방 뿌리 파열)도 많은 집도의들은 수술이 도움 된다고 생각하지만 과학적인 입증이 필요하다.

김진구 원장 “좌식문화 탓 무릎관절염 많아”

20년 8월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슈피겐홀에서 열린 ‘이안 해리스 박사와 함께하는 ’관절건강‘ 세미나’. 김진구 명지병원 원장.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154명의 환자가 무릎관절 반월상연골 부분 절제술인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미국 17건보다 9배나 많다. 통계상으론 한국이 수술과잉국이라 생각되지만 그 원인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은 온돌 바닥에 쪼그리고 앉는 좌식문화가 오랫동안 누적되면서 무릎관절에 무리를 주어 반월상연골 파열, 즉 퇴행성 횡파열이 굉장히 많다. 의료시스템의 영향도 크다. 한국은 환자가 훌륭한 의료시스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의사를 쉽게 만나고 저비용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어 고통을 참기보다는 수술로 빨리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 다른 원인은 낮은 의료수가다. 한국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3분의 1 정도다. 환자는 저비용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고, 의사도 보존적 치료보다는 많은 수술을 통해 수익을 올리려는 동기부여를 주기 때문에 큰 문제다.

과잉수술의 문제점을 극복하려면 ‘운동이 약’이란 개념의 운동치료가 개발돼야 한다.

서동원 원장 “수술보단 원인부터 진단해야”

20년 8월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슈피겐홀에서 열린 ‘이안 해리스 박사와 함께하는 ’관절건강‘ 세미나’.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수술 대신 보존적 치료로 낫게 한 3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①연골판이 파열된 남성(54)이 수술 후 더 나빠져 내원했다. 연골판이 저절로 찢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근본 원인은 늘어난 전방십자인대였다. 전방십자인대 보강하는 재건술을 시행했다.

②내측 연골판 파열 남성(61)은 다른 병원에서 수술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았다. 연골 손상이 많았고 관절염이 진행되고 있었다. 연골판 파열 주원인이 내반슬(오다리)이었기 때문에 연골판을 다듬고 꿰매도 좋아지지 않는다. 휜 다리를 교정해 증상을 치료했다.

③회전근개파열 환자로 자꾸 부딪혀 닳고 닳아버린 경우다. 먼저 어깨뼈를 아래로 당기는 근육들의 기능을 잘 못하게 하는 원인을 추적했다. 이 환자는 목의 정렬과 목의 눌림을 풀어주면서 어깨를 아래로 당겨주는 근육들을 재활로 강화시켜줘야 한다.

결론은, 정확한 원인 진단 후에 수술, 보존적 치료 여부를 진행해야 한다. 원인을 모른 채 증상 치료로 수술만 하면 좋아지지 않는다.

심재앙 교수 “보존적 치료 상황별로 선택해야”

20년 8월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슈피겐홀에서 열린 ‘이안 해리스 박사와 함께하는 ’관절건강‘ 세미나’. 심재앙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교수.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올바른 수술이란 어떤 환자를 어떤 방법으로 치료할 것인지의 문제다. 대부분의 논문에서 보는 장기적 관점뿐만 아니라 단기적 관점도 환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수술에 대한 관점은 모든 정형외과 의사들이 획일적으로 같을 수는 없다. 표준화 교육이 필요하다. 보존적 치료냐, 수술이냐를 고민하는 상황은 환자들의 자가치유능력이나 육체적·정신적 문제, 직업, 사회적 상황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달라진다. 의사들도 경험, 능력, 여건, 수술 철학 등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반월상 연골이 만성으로 찢어져 본래의 위치가 아닌 다른 위치로 올라가 있거나 다른 구조물에 끼어 있는 경우에는 일상생활에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쪼그려 앉아 일하는 직업의 사람이 이런 상황에서 큰 불편을 느낀다면 수술 대신 보존적 치료를 할 것인지에는 의구심을 갖는다.

그러나 단기적 관점에서 환자가 빨리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느냐로 본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정리|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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