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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윌리엄스 감독이 마냥 선수들에게 ‘보호자’ 역할만을 자처하는 것은 아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팀 색깔에 걸맞은 ‘호랑이 기운’도 상당하게 내뿜는 지도자다. 물론 이는 윌리엄스 감독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선수들만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KIA는 15, 16일 SK 와이번스와 홈 2연전에서 모두 패했다. 단순히 2패를 떠나 이번 2연전에서 드러난 KIA의 경기력은 두고두고 되짚어봐야 할 내용들이었다.
1-16 대패로 일찌감치 백기를 든 15일 경기에서 KIA는 백업 선수들을 대거 투입했다. 문제는 이후 상황이었다. 실책성 플레이를 남발하며 조금도 추격의 형세를 취하지 못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다음날인 16일 “다시는 나오지 말아야 할 경기”라며 이례적으로 강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윌리엄스 감독의 뼈 있는 말에도 불구하고 KIA는 16일 다시 패전을 안았다. 경기 후반 불펜의 난조로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허무하게 또 무릎을 꿇었다. 9월 상승세가 처참하게 꺾이는 순간이었다.
올 시즌 KIA는 절대로 ‘뎁스’가 강한 팀이 아니다. 이끌어낼 수 있는 최대 전력이 꾸준히 최상의 시나리오를 써내려가야만 5강 이상을 넘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제 몫을 해줘야 할 선수들이 앞에서 버텨주고, 백업 자원들은 언제든 준비된 모습을 보여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다시는 나오지 말아야 할 경기”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선수들의 분발이 지금 KIA에는 절실하다. 이례적으로 강한 톤으로 전한 윌리엄스 감독의 메시지는 그리 난해한 주문도 아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