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엔터테인먼트 CEO? 롯데 스트레일리, 본업: 야구 부업: 행복전도

입력 2020-09-23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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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CEO 같은 이벤트 기획력이다. 팀 분위기를 띄우는 데 앞장서며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동료들을 위해서라면 지갑 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프로선수 제1덕목인 그라운드에서의 모습까지 완벽하다. 댄 스트레일리(32·롯데 자이언츠)의 영입은 신의 한 수였다.

스트레일리는 올 시즌 25경기에서 155.2이닝을 소화하며 11승4패, 평균자책점(ERA) 2.66으로 호투하고 있다. ERA는 리그 3위이며 탈삼진은 압도적 1위다. 22일 사직 KT 위즈전에서도 7이닝 1안타 2볼넷 8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기며 연패 수렁에서 팀을 건졌다.

일반적으로 선발투수는 자신이 등판하는 경기일마다 예민해진다. 동료들도 이닝을 마친 뒤 덕아웃에서 휴식을 취하는 선발투수를 가급적 건들지 않는다. 하지만 22일 경기에서 스트레일리는 유독 활짝 웃으며 동료들과 환호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자신이 기획한 이벤트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이날 사직구장 1루측 롯데 덕아웃에는 징이 놓여있었다. 징은 야구장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다. 롯데 관계자는 “스트레일리가 이번에도 자비로 징을 구매했다”고 전했다. 홈런이나 안타를 치고 홈에 들어온 선수가 힘차게 징을 치면서 흡사 개선장군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2회말 이병규의 선제 솔로포를 시작으로 홈을 밟는 선수들은 징을 울리며 기쁨을 만끽했고 채를 잡고 있던 스트레일리는 누구보다 기뻐했다.



이벤트는 처음이 아니다. 스트레일리는 시즌 초 김준태 티셔츠를 만들어 공전의 히트를 쳤다. 평소 진지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김준태가 웃길 바라는 마음에 그의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를 자체 제작한 것. 이를 처음 본 김준태는 당황했지만 그 진심을 알고 이내 고마움을 전했다. 당초 이 티셔츠는 선수단용으로 제작됐는데, 팬들의 구매의사가 빗발쳤다. 롯데는 ‘준태티’를 급히 제작해 판매를 개시했고 이내 ‘완판’됐다. 이어 전준우, 딕슨 마차도가 새겨진 티셔츠 후속작도 만들어졌다. 롯데는 준태티를 입고 있는 스트레일리가 인쇄된 티셔츠까지 만들며 열기를 이어갔다.

스트레일리는 9월초 이른바 ‘짝짝이’로 불리는 손바닥 모양의 응원도구 클래퍼를 팀 동료 전원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직접 하이파이브가 불가능하자 일종의 고육지책을 낸 셈이다. 준태티, 짝짝이에 이어 징까지 대박 조짐이다.

스트레일리의 진짜 가치는 단지 ‘흥부자’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트레일리는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면 시즌을 208삼진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원년팀 롯데 역사상 단일시즌 200탈삼진을 넘긴 것은 최동원(1984·1986년), 주형광(1996년)뿐이다. 롯데의 상징과도 같은 전설들과 이름을 나란히 할 전망이다. 올 시즌 롯데의 외인농사는 대풍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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