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감독 임시직은 답 아냐… ‘처지 바뀐’ 수원·서울이 증명한 현실

입력 2020-09-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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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1부) FC서울은 시즌 내내 헛발질을 해왔다. 선수와 갈등 국면으로 번진 기성용의 영입 과정과 무관중 시대의 신개념(?) 마케팅인 ‘리얼돌(성인용품인형) 사태’로 여론의 큰 질타를 받았다.

뒤숭숭한 분위기는 성적으로 이어졌다. 끝 모를 내리막길을 걷던 서울은 최용수 전 감독과 결별했지만 뒷말이 무성했다. 그 후 안정을 찾는 듯했다. 김호영 감독대행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상승세를 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돌발사태가 터졌다. K리그1 22라운드를 마치고 파이널 라운드 그룹B(7~12위)로 내려앉은 뒤 김 대행은 ‘신분 전환’ 관련 논의를 구단과 나눴고, 서울은 이틀 만에 ‘결별’을 공표했다. 26일 수원 삼성과 슈퍼매치를 코앞에 두고 김 대행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해부터 성인팀을 맡은 박혁순 코치가 ‘대행의 대행’으로 나선 수원 원정은 처참했다. 1-3 완패로 2015년 4월부터 이어온 슈퍼매치 18경기 무패행진(10승8무)이 5년 5개월여 만에 끝났다.

대행 체제로 적당히 시간을 벌어보려던 서울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령탑 선임작업을 맡은 일부 직원들은 휴일마저 반납할 처지다. 물론 김 대행의 이별방식이 마냥 옳다고 볼 순 없다. 운명을 좌우할 마지막 무대, 그것도 수원 원정을 준비하다가 떠나버린 타이밍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모든 사태의 단초는 서울이 제공했다. 명확한 처우를 보장하지 않은 임시 사령탑은 한계가 있다. 불안정한 신분으로는 리더십 발휘와 팀 장악이 어렵다. 축구인들은 “선수들의 100% 믿음을 얻기에 ‘감독대행’ 신분은 권장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공교롭게도 바로 직전 수원이 같은 우를 범했다. 전력보강 등을 놓고 프런트와 대립한 이임생 전 감독이 떠나고 주승진 수석코치를 ‘대행’으로 올렸다. 역시 결과는 강등 위기와 함께 실패. ‘진짜 사령탑’ 박건하 감독의 부임 후 상승세를 타고 있음을 고려하면 너무 늦었던 수원의 결정은 참 아쉽다.

라이벌의 추락을 보고도 교훈을 얻지 못한 서울은 ‘강등위기 시즌2’를 시작했다. 8위에 올라있으나 승점 25에 불과해 불안감이 크다. 11위 인천 유나이티드, 12위 부산 아이파크(이상 승점 21)에 고작 4점 앞서있을 뿐이다. 남은 4경기 모두 살얼음판이 됐다. 서울 스스로 자초한 불행이라 더더욱 안타깝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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