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이제훈이 6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영화 ‘도굴’의 제작보고회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는 극 중 땅 속 유물을 파헤쳐 훔치는 천재 도굴꾼 강동구를 연기한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1월 개봉하는 영화 ‘도굴’ 주연으로 나선 이·제·훈
“흙맛으로 유물 찾는 도굴꾼
촬영 내내 흙범벅 돼도 신나
내 모든걸 쏟아낸 작품이죠”
“백과사전!”“흙맛으로 유물 찾는 도굴꾼
촬영 내내 흙범벅 돼도 신나
내 모든걸 쏟아낸 작품이죠”
11월 개봉하는 영화 ‘도굴’(감독 박정배·제작 싸이런픽쳐스)의 스태프가 입을 모아 주연 이제훈을 가리킨 말이다. 아마도 현장에서 그만큼 다채로운 연기를 펼쳐냈다는 의미일 터, 이제훈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냈다”고 자부했다.
이제훈의 전작은 ‘사냥의 시간’. 올해 4월 극장 개봉을 추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일정을 미룬 끝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OTT)인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하면서 갖은 논란을 모았다.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 역시 크게 엇갈려 성과는 뚜렷하지 않았다.
이 같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새롭게 나선 무대가 ‘도굴’이니, 어쩌면 이제훈은 “모든 것을 쏟아”낸 무대로서 이번 작품을 회심작이라 여길 만하다.
개봉에 앞서 6일 온라인 제작발표회를 통해 취재진을 만난 이제훈은 “그동안 보여드리지 않았던 제 매력을 총집합시켜 발산했다”고 자신했다. 현장 스태프가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을 붙여준 데 대해서도 “처음으로 능글맞고 능청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하며 천연덕스럽게 놀 수 있었”던 덕분이라고 말했다. 현실의 자신은 결코 능글맞거나 능청스럽지 않으니,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가능했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그는 이처럼 새롭게 나서는 ‘도굴’에서 ‘흙맛’만 봐도 땅 속 유물을 찾아내는 천재 도굴꾼 역을 연기했다. 고분벽화 도굴꾼, 고미술 큐레이터 등 이른바 ‘전문가’들과 함께 한판 도박과도 같은 판을 벌이며 펼치는 이야기를 이끌었다. 조우진, 신혜선, 임원희 등이 그와 함께했다.
영화 ‘도굴’의 한 장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제훈은 실제로도 ‘흙맛’을 봤다. 도굴꾼 역할인만큼 땅을 파헤쳐 유물을 훔쳐내기 위해서는 흙을 손과 입에 묻힐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자신의 치아 건강을 우려한 소품팀이 막대 아이스크림의 겉 알갱이를 긁어 만든 것으로 대신하기도 했다. 이제훈은 “너무나 단 흙맛을 봤다”며 고마움을 전하고 “능글맞고 능청스러운 캐릭터”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웃었다.
이제껏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사이, 만족감은 그렇게 찾아왔나보다. 스스로 흐뭇해하는 회심작으로 이제훈은 그 같은 공감을 관객과 함께 나눌 수 있게 되기를 고대했다.
“촬영 과정이 너무너무 좋았다. 현장에 가는 게 지금까지 작업해온 영화 가운데 가장 신났다. 이 신나고 즐거운 기분을 빨리 관객에게 전해줄 수 있게 됐구나 싶다.”
한바탕 판을 벌이는 범죄오락영화로서 ‘도굴’을 무대 삼아 이제훈은 한 판 제대로 “놀 수 있었던” 발랄함을 표정으로 고스란히 드러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