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박경수. 스포츠동아DB

KT 박경수. 스포츠동아DB


2루수는 포지션의 특성상 타격보다는 수비능력을 요구받기 때문에 주로 하위타선에 배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콘택트에 강점을 보인 선수는 적잖았지만, 장타력까지 갖춘 선수는 드물다. 그런 2루수 자리를 18년간 지킨 박경수(36·KT 위즈)가 KBO리그의 새 역사를 썼다.

박경수는 6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 7번타자 겸 2루수로 선발출장해 3-4로 뒤진 6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우월 솔로포를 때려냈다. 볼카운트 1B-0S로 유리한 상황에서 몸쪽으로 붙은 직구(143㎞)를 밀어 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시즌 13호이자 개인통산 148호 아치.

이 홈런으로 박경수는 2가지 기록을 동시에 썼다. 우선 2루수 최다홈런 기록 보유자로 우뚝 섰다. 주 포지션이 2루수인 선수들 중 종전 최다홈런은 김성래(은퇴)의 147개. 박경수가 이를 갈아 치웠다. 2014년까지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던 박경수는 12년간 43홈런에 그쳤는데, KT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에만 105개의 아치를 그리며 이 부문 새 역사를 썼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며 오히려 장타력이 폭발했으니 ‘에이징 커브’ 이론을 깬 것이다.

아울러 개인통산 2000루타도 함께 달성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999루타에 머물렀는데, 한 번에 4개를 더했다. KBO리그 역대 56번째, 2루수 중에선 정근우(LG 트윈스·2627루타), 안경현(은퇴·2151루타)에 이어 3번째다.

박경수는 이미 KBO리그 2루수 최초로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한 바 있다. 2루수 관련 각종 장타 기록은 박경수가 써내려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시즌 단위로 쪼개 보면 리그를 지배한 적은 없지만, 꾸준히 자신의 위치를 지킨 지 어느덧 18년. 박경수는 그렇게 최고의 2루수가 됐다.

공교롭게도 홈구장 KT위즈파크 바로 옆 도로는 ‘경수대로’다. 서울과 수원을 잇는다는 의미인데, KT가 이를 활용해 ‘경수대로 6번길’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이제 KT는 물론 KBO리그 2루수 역사도 ‘경수대로’를 통해야 만날 수 있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