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현대캐피탈의 지성감천과 김선호 잡기 뒷얘기들

입력 2020-10-07 12: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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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벌어졌던 2020~2021시즌 V리그 남자부 신인드래프트. 문용관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실장이 구슬추첨기의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자 주황색 공이 튀어 올랐다. 전체 1순위의 주인공이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이 공의 주인공은 KB손해보험이었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남자부 7개 구단 사무국장들은 미리 모여서 원하는 구슬 색깔을 선택했다. 주황, 빨강, 노랑, 분홍, 파랑, 검정, 흰색 가운데 대부분의 팀들은 자기 팀의 고유색깔을 선택해왔다. 총 100개의 구슬 가운데 평소 노란색을 팀의 상징 색깔로 삼던 KB손해보험은 이번에 주황색을 선택했다. 개수는 30개였다.

KB손해보험은 김요한(2007~2008시즌)~이강원(2012~2013시즌)~황택의(2016~2017시즌)에 이어 팀 통산 4번째로 전체 1순위의 행운을 잡았다. 이 부문 최다는 한국전력의 5차례. 이어 우리카드(4차례)~대한항공(3차례)~OK금융그룹(1차례)이 행운을 경험했다. 지명권 순위에서 항상 뒤로 밀렸던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아직 전체 1순위 선발 기회조차 없었다.

그런데 주황색 공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KB손해보험이 아니라 현대캐피탈이었다.
전날 두 구단은 센터 김재휘와 1순위 지명권을 교환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캐피탈은 여유가 있는 센터들의 교통정리를 원했고 KB손해보험은 결과가 불확실한 신인 드래프트보다는 확실하게 검증된 기존 선수로 팀에서 필요한 자리를 메우겠다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두 팀의 사무국장은 사전에 많은 조율을 했다. 지명권을 넘겨줬기에 김선호의 전체 1순위 지명으로 발생하는 소속 학교지원금 1억2800만원도 현대캐피탈이 책임지기로 했다. 현대캐피탈의 사전 정지작업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5일 오후 다른 구단과도 협상을 비밀리에 진행됐다. 만일 임성진을 데려갈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김선호를 지명할 경우, 트레이드를 하기로 의견을 조율했다. 김선호를 잡을 확률을 미리 최대한 높이려는 뜻이었다.



대부분은 “인기와 신체조건 등 가능성을 본다면 임성진”이라고 했지만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우리 팀에 더 필요한 선수는 김선호”라고 했다. 김성우 사무국장은 “대한항공의 곽승석 선수와 비슷한 스타일이다. 살림꾼으로 수비와 리시브를 더 잘한다. 우리 팀에는 문성민 전광인 허수봉 등 공격력이 좋은 레프트가 이미 있지만 리시브와 수비를 잘하는 레프트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털어놓았다.

열심히 준비는 했지만 결과는 누구도 모르기에 정성도 필요했다. 김성우 국장은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훈련장 주변의 절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6일에도 일찍 신인 드래프트 장소 부근의 봉은사를 찾았다. 우연히 연락이 됐던 신현석 전 단장도 얘기를 듣더니 찾아왔다.



공양할 양초까지 사가지고 왔다. 두 사람은 정성을 다해 빌었다. 김 국장은 6일 하루 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덕을 베풀어야한다며 지갑을 열었다. 함께 점심을 했던 KB손해보험 사무국장은 물론이고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배구연맹(KOVO) 직원들에게 식사비는 물론이고 커피까지 대접했다. 그렇게 정성을 다하고 주위에 베푼 결과 김선호에 이어 여오현의 뒤를 이를 재목이라는 리베로 박경민까지 4순위로 뽑았다. 지성감천(至誠感天). 그 말의 뜻을 현대캐피탈이 6일 신인 드래프트에서 보여줬다. 세상 모든 일도 그럴 것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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