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양의지. 스포츠동아DB
양의지는 6일까지 111경기에서 타율 0.332, 25홈런, 10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94를 올렸다. 타자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체력부담이 가장 심한 포수 마스크를 쓴 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KBO리그 역대 2호 포수 타격왕에 오른 활약은 여전하다.
2018년 최하위였던 NC는 양의지 영입 직후인 지난해 5강에 진입하더니 올해는 정규시즌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4년 총액 125억 원의 가치를 톡톡히 증명하고 있다. 타자로서 완성도는 높아지고, 투수 리드는 해마다 원숙해진다. 경험과 관록이 쌓이니 수 싸움이나 위기관리에 탁월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신체능력은 이야기가 다르다. 일반적으로 포수들은 서른 살 전후로 송구능력에 급격한 저하를 겪는다. 그러나 양의지의 어깨는 오히려 올해가 정점이다. 올 시즌 양의지는 도루저지율 0.423(52시도·22저지)을 기록 중이다. 60경기 이상 마스크를 쓴 포수들 중 단연 1위다. 도루저지율은 지난해 0.288(52시도·15저지)보다 1할 이상 올랐다. 두산 베어스 시절이던 2011년의 0.413(126시도·52저지)을 넘어설 기세다.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포수로선 흔치 않은 사례다.
물론 도루저지가 포수 혼자만의 영역은 아니다. 퀵모션이 느린 투수들과 호흡을 맞춘다면 제아무리 뛰어난 포수라도 주자견제가 어렵다. 하지만 NC 마운드는 올해와 지난해 큰 차이가 없다. 드류 루친스키(도루저지 9개·공동 2위), 구창모(도루저지 6개·공동 7위) 등 주자를 묶는 데 탁월한 원투펀치가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아직 빠른 슬라이드스텝을 장착하지 못했다. NC 마운드 주축 투수들로 한정했을 때 지난해 구성과 큰 차이가 없음을 고려하면 양의지의 발전이 눈에 띈다.
정작 당사자는 공을 주위에 돌렸다. 양의지는 “용덕한 배터리코치님과 많은 훈련을 했는데 도움이 됐다. 또 우리 투수들이 타이밍을 안 뺏겼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자신보다는 코칭스태프와 투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양의지는 지금까지의 성적만 놓고 봐도 이미 KBO리그 역사에 남을 포수다. 그런데 ‘에이징 커브’를 비웃으며 해마다 진화하고 있다. 양의지가 유니폼을 벗는 순간, 얼마나 화려한 기록을 남길지 벌써부터 흥미롭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