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아인 “음…, 음…, 대사 없어도 강렬할 수 있어요”

입력 2020-10-1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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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아인은 영화 ‘소리도 없이’를 위해 삭발과 15kg을 살찌웠다. “명확하게 다른 인물”로 보이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사진제공|UAA

영화 ‘소리도 없이’서 시신 수습하며 살아가는 청년 연기

선과 악, 뚜렷하지 않고 모호한 세상
무언가 규정하고 판단하면 안되죠
소리 없이 몸짓과 표정으로 연기…
몸무게 15kg↑…야식 달고 살았죠
실험적 도전 자체가 가치 있잖아요
말과 말이 넘쳐나는 세상, 말은 무거웠다. 고르고 또 고르며 내놓은 말은 진중했다. “음…, 음…”, 작은 고민의 흔적을 내뱉고는 무척이나 신중하게 말을 이어갔다.

배우 유아인(34)에게 말은 그처럼 가벼운 것이 아니었나 보다. 한 마디 한 마디를 이어가기 직전 흘러나온 것은 어쩌면 ‘조용한 함성’과 다르지 않았다. ‘조용한 함성’은 15일 개봉하는 영화 ‘소리도 없이’(제작 브로콜리픽쳐스)에서도 터져 나온다.

범죄조직의 ‘하청’으로 시신을 수습하며 살아가는 중년과 청년. 청년은 말을 하지 못하는지, 하지 않는지 모호한 경계 위에서 그저 ‘성실한’ 일상을 살아간다. 유괴된 아이를 잠시 맡아 돌보면서 사건에 휘말려 들어가는 청년은 선과 악의, 역시 모호한 경계 위에서 위태로운 순간을 맞는다.

중년의 유재명과 짝을 이뤄 청년을 연기한 그는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중하며 신중하게 말을 내놨다. 말은 조심스러워서 극중 청년의 고통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였다.

영화 ‘소리도 없이’ 유아인. 사진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신뢰의 이름으로, 감독과
유아인이 그렇게 내놓은 맨 처음 말은 ‘신뢰’였다. 신뢰는 “유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상대는 연출자 홍의정 감독이다. “촬영 시간 외에 가장 많이 연락을 나누고 유대를 쌓은 유일한 감독”이란다.

그는 “영화라는 언어로 자신을 꺼내 보이는 태도가 좋았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지속해서 흥미롭게 가져가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순수하고 솔직하게, 조금도 기분 상하지 않게 사람을 대하는 모습에 반했다”고 홍 감독에 대해 말했다.

생각은 영화가 그려낸 이야기로부터 파생했다. 세상과 사람들의 이면에서 드러나는 선과 악의 뚜렷하지 않고 모호한 경계를 넘나드는 사이, 대체 누가 선하고 또 누가 악인인지를 알지 못하게 됐음을 ‘소리도 없이’, 하지만 강렬하게 드러내는 이야기.

“무분별함 속에서도 묘한 질서와 균형감을 이루게 하는 것, 그것이 감독의 새로운 세계이다. 어떤 것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명확한 것이라면, 무언가를 규정하고 판단하고 마침표 찍기 좋아하는 오류를 모호하게 얘기하면서도 명확하게 끄집어내고 불명확한 지점을 명확하게 가리키는 태도가 묘한 매력이었다.”

배우 유아인. 사진제공|UAA



“자유로운 삶을 위한 힘”
그런 모호함과 불명확한 것을 오히려 뚜렷하고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단 한 마디의 대사가 없되 몸짓과 표정으로 연기해내야 하는 사이, 고통도 컸을 법하다. 지난해 여름 삭발을 하고 15kg을 살찌워 카메라 앞에 나섰다. 촬영 기간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잠 안 자고 야식 많이 먹고 운동했다”는 그는 극중 캐릭터가 그런 노력을 통해 관객에게 “명확하게 다른 인물로 다가가길 바랐다”.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확신을 지닌 도전은 도전이 아니다. 도전에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제 조금 여유와 힘이 생겼다. 치열하게 성공만을 바라는 작품에 몰두하기보다 여유와 힘으로써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게 가치 있다.”

자신으로서는 이 같은 시도와 도전이 결국 ‘자유스러움’으로 나아가기 위한 또 하나의 방편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힘을 얻고 나니 두려워졌다. 이젠 그 힘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쓰고 싶다”는 그는 그래야 “삶이 더 자유로워졌다”고 믿고 싶은 듯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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