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방송된 채널A ‘아이콘택트’에는 스승 박정아 명창의 부름을 받은 ‘국악 신동’ 김태연이 출연했다. 판소리를 시작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화려한 수상 경력과 공연 경험, 방송 출연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김태연은 “박정아 선생님의 공연을 우연히 본 엄마가 무작정 학원에 데려가셔서 판소리를 시작하게 됐다”며 “선생님이 무섭긴 하지만, 가족 이외의 사람들 중에선 1등으로 좋다”고 스승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정아 명창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고법 이수자로, 2000년 26살에 ‘적벽가’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뒤 지금까지 키운 국악계 제자만 100명이 넘는 ‘호랑이 선생님’이다. 박 명창은 “제 별명은 전라도 사투리로 거품이라는 뜻인 ‘버끔’이다. 입에서 나오는 분노의 거품을 뜻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제자 김태연에 대해 “흥보가 한 바탕 배우는 데 보통 5~10년이 걸리는데 태연이는 3년 만에 거의 끝나간다. 너무 잘해서 놀랄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제자에게 이날 ‘마지막 수업’을 해 주기로 한 것은 유방암 4기에 접어든 몸 상태 때문이었다. 박 명창은 “끝까지 가르치고 싶었는데, 시간이 얼마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눈물을 훔쳤다.
또 “제자들이 떠날 때, 암 선고 받을 때보다 더 힘들었다”며 “근데 우리 태연이가 ‘다 떠나도 저는 안 떠난다’고 저를 위로했는데, 이제는 태연이가 더 잘 될 수 있도록 보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수업’을 위한 눈맞춤이란 것을 모르는 김태연은 “선생님은 강하고 무서운 분이니까 암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마침내 눈맞춤방에서 김태연과 마주한 박 명창은 “오늘 태연이에게 마지막 수업을 해 주려고 해”라고 말했고, 김태연은 애써 눈물을 참으며 스승과 눈맞춤을 나눴다. 눈맞춤 이후 블라인드가 열리자 김태연은 “선생님 한복 입으신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예쁘다”며 박 명창과의 첫 만남, 함께 여행했던 추억을 떠올렸다.
행복했던 기억을 되짚던 박 명창은 “너희들 아끼는 마음에 많이 혼냈는데 이해해 줘”라고 그 동안 엄했던 이유를 설명했고, 김태연은 “선생님은 우리 잘 되라고 혼내셨던 것”이라고 답해 9살 아이답지 않은 성숙함을 보였다. 박 명창은 그런 김태연에게 “제자들이 떠날 때 엄청 힘들었는데, 태연이가 다 떠나도 안 떠날 거라고 해서 힘이 많이 됐어”라고도 고백했다.
이어 박 명창은 “어쩌면 선생님이 네 곁에 오래 없을지도 몰라. 다른 데서 더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 돼”라며 ‘흥보가’ 중 박 타는 대목을 마지막 수업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 대목에서 가장 기분이 좋더라고. 은금보화가 많이 나오잖아. 선생님 은금보화는 우리 태연이야”라고 진심을 전했고, 김태연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후 두 사람은 감정을 추스르고 판소리 열창을 시작했다.
소리가 끝나자 박 명창은 “이제 정말 어디 내놔도 쓰겠다”며 “태연이 칭찬 처음 듣지? 이럴 줄 알았으면 맨날 칭찬해 줄 걸 그랬어”라고 아쉬워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이제 보내주고 싶어. 우리나라 음악을 지키는 명창이 꼭 됐으면 좋겠다”며 선택의 문 앞에 섰다. 하지만 김태연은 “선생님, 전 싫어요”라며 돌아서서 나갔고, 박 명창은 “고맙고 미안하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눈맞춤을 마친 김태연은 “선생님 눈빛이 평소와 달랐어요. 이상했어요”라며 “가족 외의 사람 중 여전히 선생님이 1등이에요”라며 떠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이상민은 “태연이가 이제 스스로 선생님께 더 잘해야 한다는 걸 느낀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강호동과 하하는 “정말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스승과 제자의 눈맞춤이었다”며 박 명창의 쾌유를 빌었다.
사진=채널A 아이콘택트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