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 팀의 유니폼만 입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시작을 함께한 동료들 대부분이 그 시간을 공유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러면서 좋은 성적까지 거둔다면 금상첨화다. 2011년 10월 11일 첫 발을 뗀 NC 다이노스와 이동욱 감독의 성장기, 그 시즌1의 해피엔딩이 임박했다.
NC는 22일 기준으로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까지 ‘매직넘버’ 1만을 남겨뒀다. 우승이나 매직넘버 등에 얘기가 나오면 늘 신중함을 유지했던 이동욱 감독은 2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이 우천순연되기 전, 취재진과 모처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 감독은 “대단한 팀을 맡은 것 같다”는 말로 본인의 역할보다는 선수와 프런트에게 공을 돌렸다.
이 감독은 올 시즌 도중 2011년 10월 11일의 기억을 꺼낸 바 있다. 이 감독은 2011시즌 후 김경문 감독의 요청으로 팀 1대 수비코치를 맡았고, 강진의 첫 캠프지로 향했다. 그때 이 감독과 함께 했던 ‘풋내기’들은 어느새 NC의 주축이 됐다. 나성범, 노진혁, 강진성, 박민우 등이 그렇다. 코치시절부터 그들의 멘토이자 스승이었던 이 감독은 어느새 2년차 사령탑이 됐다. 이 감독도 “그 선수들과 잘 짜여진 고리로 연결된 것 같다는 느낌”이라며 회한에 잠겼다.
“처음부터 고생을 같이 한 친구들과 함께 지금까지 올라왔다. 서로 잘 연결됐기 때문에 생기는 시너지가 분명히 있다. 사실 감독이 야구 이야기만 한다면 선수 입장에서 좋겠나. 결국 결과를 언급하게 되고, 질책 밖에 안 된다. 이 팀에 오래 있다보니 그 점만큼은 좋은 것 같다.”
NC가 막내 티를 일찌감치 벗고 지속 가능한 강팀의 기틀을 닦고 있듯, 이동욱도 수비코치에서 감독으로 성장했고 점차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감독의 존재는 곧 KBO리그 아홉 번째 심장의 역사다. NC와 창단 멤버 이 감독은 그렇게 동반성장 중이다.
이 감독의 표현을 빌자면 공조차 제대로 못 던졌던 까까머리 학생 박민우는 국가대표 2루수로 성장했다. 투수와 타자 사이 갈피를 잡지 못했던 나성범은 이제 메이저리그도 관심을 갖는 타자가 됐다. 골수 야구팬들도 선임 소식을 듣고 낯설어했던 NC 2대 감독은 어느새 정규시즌 우승까지 한 걸음만을 남겨뒀다.
2011년 10월 11일, 쌀쌀한 날씨와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된 NC의 성장기는 어느새 3300일의 이야기를 쌓았다. 켜켜이 쌓인 나이테만큼 막내 구단이었던 NC도, 까까머리 소년들도, 이동욱 감독도 훌쩍 자랐다.
광주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