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저지보단 최선에 박수를! 한화가 되새긴 프로스포츠 의미

입력 2020-10-2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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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 팀의 지상과제는 승리, 그리고 그 승리를 쌓아 만든 순위다. 경기는 남았지만 순위가 최하위로 결정된 팀에게는 마땅한 동기부여를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하위 한화 이글스는 우승 축포에 불을 지피기 직전이었던 NC 다이노스를 저지했다. 이날 한화가 거둔 1승의 의미는 상대 우승 저지가 아닌 7연패 탈출이다.

한화는 23일 대전 NC전에서 11-6으로 이겨 7연패에서 탈출했다. NC의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는 ‘1’에 머물렀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전날(22일) ‘레전드’ 김태균의 은퇴 기자회견이 열렸지만 4-10으로 무기력하게 패하며 연패 숫자가 늘어났다. 최원호 감독대행도 경기 전 거듭되는 연패에 답답함을 토로할 정도였다. 여기에 NC의 우승이 확정될 수도 있기 때문에 부담은 커졌다.

선수단은 최선을 다해 경기를 준비했다. 경기 전 주장 이용규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끼리는 “우리 홈에서 우승을 할 수는 없다”며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지만, 포커스는 그게 아니었다. 상대의 우승 여부를 떠나 자신들의 연패 탈출에만 초점을 맞췄다.

물론 NC의 매직넘버가 1인 만큼 이날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할 경우의 수도 대비해야 했다. 김택진 NC 구단주를 비롯한 임원진을 위한 스카이박스 등 좌석 확보 편의를 제공했다.

이러한 준비가 프런트의 영역이라면, 선수의 의무는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단지 ‘우리 홈에서 우승하는 걸 볼 수 없다’는 게 아닌, 매 경기 승리를 위해 모든 걸 다하는 프로스포츠의 의미 때문이었다. 최원호 감독대행도 경기 전 “상대 팀 우승 저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우리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곱씹었다.


외국인 에이스 워윅 서폴드는 어쩌면 올 시즌 마지막 등판일지 모를 경기에서 5.2이닝 동안 103구를 던지며 4실점으로 NC 강타선을 억제했다. 그 사이 타선이 힘을 냈다. 3회말 1번 이용규부터 5번 최재훈까지 5연속타자 안타를 기록했고, 상대 실책 등을 틈 타 대거 5득점했다. 한화의 1이닝 5득점 이상은 10월 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5회(6점) 이후 12경기, 100이닝만이었다. NC가 거세게 추격했지만 6회부터 매 이닝 득점하며 달아났다.

경기 후 이용규는 “선수 개개인이 강해지고 기량이 좋아져야 한다. 그게 팀이 강해지는 길”이라며 “내년 스프링캠프부터 준비한다? 그건 아니다. 지금 당장부터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화의 2020년은 실패로 끝이 났다. 그렇다고 해서 2021년까지 암울하다는 법은 없다. 한화는 올해의 마무리, 그리고 내년을 보고 있다. 상대의 우승 저지보다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는 1승이었다.

대전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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