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코리아’ 이끈 이건희 회장 별세, 스포츠계 애도의 물결

입력 2020-10-25 1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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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세를 일기로 25일 별세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한국스포츠에도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1979년 삼성그룹 부회장에 취임하고, 1987년 고 이병철 창업주 별세 후 그룹의 2대 회장에 오른 고인은 ‘스포츠 코리아’가 세계적 강호로 떠오를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했다.

삼성스포츠단은 축구, 야구, 배구, 농구 등 인기 프로종목뿐 아니라 육상, 레슬링, 태권도, 배드민턴, 탁구, 럭비 등 여러 비인기 종목에도 많은 정성과 관심을 쏟았다.

어린 시절 프로 레슬러 역도산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은 이 회장은 서울사대부고 시절 인연을 맺은 레슬링을 각별히 챙겼다. 1982년부터 1997년까지 대한레슬링협회장을 맡아 레슬링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 회장의 재임 시기 한국 레슬링은 올림픽(7개), 아시안게임(29개) 등 주요 국제무대에서 무더기 금메달을 수확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안한봉, 박장순 삼성 레슬링단 감독은 “한국체육의 큰 별이 지셨다. 우리 레슬링은 회장님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1996년 제105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IOC 위원으로 당선된 이 회장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2017년 8월 물러날 때까지 20년 넘게 한국스포츠외교를 직접 이끌었다. 하이라이트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도전이었다. 1년 반, 170여일에 걸쳐 11차례 해외출장을 다니며 동료 IOC 위원들을 설득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결국 평창은 2011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3번째 유치 도전 만에 개최지로 확정됐다. 현장에서 “평창”이 울려 퍼진 순간, 이 회장은 유치위원단 일행과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2런던올림픽에서도 이 회장은 큰 역할을 했다. 박태환이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실격되는 해프닝을 겪었을 때 기만하게 대처해 오심 결정을 이끌어내 은메달 획득에 힘을 실었다. 신정희 아시아하키협회 부회장은 “글로벌 경제인으로서 우리 스포츠계에 크게 기여해주셨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병상에 있던 2017년 9월 IOC 명예위원으로 추대된 이 회장의 야구사랑도 대단했다. 1982년 프로 원년부터 2001년까지 삼성 라이온즈 구단주를 지낸 고인은 적극적 투자로 명문 구단의 확고한 입지를 다졌고, 경북 경산에 2군 선수단을 위한 볼파크를 세우는 등 인프라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2011년 삼성이 5년 만에 다시 우승한 뒤에는 류중일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했다.

한편 삼성은 로컬 스폰서로 참여한 1988년 서울대회를 기점으로 올림픽 마케팅 시장의 전면에 나섰고, 1997년부터 IOC 파트너 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공식 스폰서로도 활동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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