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노스 볼’이 제시한 우승 길, NC가 보여준 한국형 프런트 야구

입력 2020-10-2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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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NC가 24일 창원 LG전에서 연장 12회 접전 끝에 3-3 무승부를 거두고 잔여 5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1군 승격 8년 만에 거둔 쾌거다. 프런트가 큰 그림을 그리되 현장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는 ‘다이노스 볼’의 
성과다. 김택진 구단주가 NC 선수단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김 구단주는 창단 첫 우승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21일 
광주(KIA전·우천취소), 23일 대전(한화전·6-11 패)을 찾기도 했으나 헛걸음에 그친 바 있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드디어!’ NC가 24일 창원 LG전에서 연장 12회 접전 끝에 3-3 무승부를 거두고 잔여 5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1군 승격 8년 만에 거둔 쾌거다. 프런트가 큰 그림을 그리되 현장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는 ‘다이노스 볼’의 성과다. 김택진 구단주가 NC 선수단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김 구단주는 창단 첫 우승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21일 광주(KIA전·우천취소), 23일 대전(한화전·6-11 패)을 찾기도 했으나 헛걸음에 그친 바 있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프런트 야구’는 한국에서만, 그것도 최근 들어 부쩍 쓰이는 단어다. 미국 메이저리그(ML)가 그 예로 여겨지지만, 사실 ML에선 프런트가 야구단 운영을 주도하는 게 기본 매뉴얼이기 때문에 굳이 프런트 야구라는 단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KBO리그에선 주로 프런트, 또는 윗선의 개입 같은 부정적 어감으로 쓰인다.

현장과 프런트 갈등의 시대. NC 다이노스는 모범사례를 제시하며 1군 승격 8년 만에 정규시즌 첫 우승을 이뤘다. NC가 확립한 현장과 프런트의 명확한 역할 설정, 이른바 ‘다이노스 볼’은 지속 가능한 강팀을 향한 초석을 탄탄히 닦았다.

NC는 24일 창원 LG 트윈스전에서 연장 12회 접전 끝에 3-3으로 비겨 남은 5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이동욱 감독을 시작으로 나성범, 박민우, 구창모, 강진성, 노진혁 등 창단 멤버들이 함께 일군 우승이라 더욱 값졌다.

NC는 창단 초기부터 타 구단들과 선명히 다른 행보를 보였다. 모기업 엔씨소프트는 삼성, LG 등 대기업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수준이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기 힘들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야구에 대한 사랑이 엄청난 김택진 구단주의 생각부터 달랐다. 야구계 원로들과 꾸준히 만나 자문을 구했고 로드맵을 구축했다. 창단 첫 단장과 사장을 모기업에서 내려 보내는 대신 공개채용 과정을 거쳤다. ‘ML통’으로 꼽히는 이태일 전 사장과 롯데 자이언츠에서 잔뼈가 굵은 이상구 전 단장이 선임됐던 이유다.

이런 기조는 내내 이어졌다. NC는 지난해 ‘다이노스 볼’ 원년을 선언했다. 단장은 로스터, 트레이드, 스카우트 등 전력강화와 중장기적 육성·성장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감독이 1군 경기 선수기용과 작전운용을 책임진다. 현장 지휘권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 대신 로스터는 체계적으로 꾸렸다. 1군을 밟을 수 있는 선수는 ‘다이노스 로스터’로 한정하고, 나머지 자원은 2군과 육성군에서만 뛴다. 혹사 방지 및 체계적 육성을 위해서다.

명확한 역할 구분. 물론 의견차는 분명하다. 이동욱 감독은 “나도 단장님과 싸울 때가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모든 일에 100% 의견합치는 없다. 역설적이지만 프런트와 현장이 잡음 없이 1년 내내 공존한다는 것은 어느 한쪽의 힘이 강하다는 의미다. 이 감독은 “목적지까지 배를 탈 수도, 비행기를 탈 수도 있다. 배를 탄다면 선주, 선장, 항해사가 있다. 서로 할 이야기는 하면서 지금까지 왔다”고 밝혔다.

‘의장님’이 쪽지로 선수단 운용에 간섭하거나, 단장과 감독이 연일 잡음을 내는 것은 결코 프런트 야구가 아니다. NC의 첫 정규시즌 우승은 현장과 프런트 갈등의 시대에 분명한 메시지를 제시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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