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NC가 24일 창원 LG전에서 연장 12회 접전 끝에 3-3 무승부를 거두고 잔여 5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1군 승격 8년 만에 거둔 쾌거다. 프런트가 큰 그림을 그리되 현장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는 ‘다이노스 볼’의 성과다. 김택진 구단주가 NC 선수단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김 구단주는 창단 첫 우승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21일 광주(KIA전·우천취소), 23일 대전(한화전·6-11 패)을 찾기도 했으나 헛걸음에 그친 바 있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현장과 프런트 갈등의 시대. NC 다이노스는 모범사례를 제시하며 1군 승격 8년 만에 정규시즌 첫 우승을 이뤘다. NC가 확립한 현장과 프런트의 명확한 역할 설정, 이른바 ‘다이노스 볼’은 지속 가능한 강팀을 향한 초석을 탄탄히 닦았다.
NC는 24일 창원 LG 트윈스전에서 연장 12회 접전 끝에 3-3으로 비겨 남은 5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이동욱 감독을 시작으로 나성범, 박민우, 구창모, 강진성, 노진혁 등 창단 멤버들이 함께 일군 우승이라 더욱 값졌다.
NC는 창단 초기부터 타 구단들과 선명히 다른 행보를 보였다. 모기업 엔씨소프트는 삼성, LG 등 대기업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수준이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기 힘들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야구에 대한 사랑이 엄청난 김택진 구단주의 생각부터 달랐다. 야구계 원로들과 꾸준히 만나 자문을 구했고 로드맵을 구축했다. 창단 첫 단장과 사장을 모기업에서 내려 보내는 대신 공개채용 과정을 거쳤다. ‘ML통’으로 꼽히는 이태일 전 사장과 롯데 자이언츠에서 잔뼈가 굵은 이상구 전 단장이 선임됐던 이유다.
이런 기조는 내내 이어졌다. NC는 지난해 ‘다이노스 볼’ 원년을 선언했다. 단장은 로스터, 트레이드, 스카우트 등 전력강화와 중장기적 육성·성장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감독이 1군 경기 선수기용과 작전운용을 책임진다. 현장 지휘권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 대신 로스터는 체계적으로 꾸렸다. 1군을 밟을 수 있는 선수는 ‘다이노스 로스터’로 한정하고, 나머지 자원은 2군과 육성군에서만 뛴다. 혹사 방지 및 체계적 육성을 위해서다.
명확한 역할 구분. 물론 의견차는 분명하다. 이동욱 감독은 “나도 단장님과 싸울 때가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모든 일에 100% 의견합치는 없다. 역설적이지만 프런트와 현장이 잡음 없이 1년 내내 공존한다는 것은 어느 한쪽의 힘이 강하다는 의미다. 이 감독은 “목적지까지 배를 탈 수도, 비행기를 탈 수도 있다. 배를 탄다면 선주, 선장, 항해사가 있다. 서로 할 이야기는 하면서 지금까지 왔다”고 밝혔다.
‘의장님’이 쪽지로 선수단 운용에 간섭하거나, 단장과 감독이 연일 잡음을 내는 것은 결코 프런트 야구가 아니다. NC의 첫 정규시즌 우승은 현장과 프런트 갈등의 시대에 분명한 메시지를 제시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