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만 만나면 불운으로 고개를 떨군 울산 김기희

울산 김기희. 스포츠동아DB

울산 현대 수비수 김기희(31)는 25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하나원큐 K리그1 2020’ 파이널라운드 그룹A(1~6위) 경기가 종료된 직후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자신의 헤딩 실수로 후반 18분 바로우에게 결승골을 내준 탓이었다. 이날 패배(0-1)로 울산은 자력으로는 K리그1(1부) 우승이 불가능해졌다. 이청용을 비롯한 팀 동료들뿐 아니라 절친한 전북 김보경까지 다가가 위로했지만 감당하기 힘든 결과였다.

김기희의 전북전 불행은 처음이 아니다. 6월 28일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전북과 홈경기에서는 전반 44분 상대 공격을 저지하려다 김보경의 발목을 밟아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다. 당시 경기에서도 울산은 수적 열세로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간 끝에 0-2로 졌다. 더욱이 전북은 김기희의 파울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결승골을 터트렸다. 고의적인 파울이 아니었음에도 비난까지 받은 김기희는 이래저래 마음고생이 심했다.

올해 이적시장에서 K리그로 컴백한 김기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리그 일정이 축소됐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일정까지 연기돼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컨디션과 경기 감각을 잘 유지하면서 울산 중앙 수비의 백업 자원으로 많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전북만 만나면 실타래가 꼬였다. 전북전을 제외하면 1부 9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결과와 내용 모두 괜찮았다.

울산 김도훈 감독은 경기 후 “축구하다보면 많은 상황이 발생한다. 운이 나빠서도 생긴다. 받아들이고, 빨리 잊어야 한다. 누가 대신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축구는 계속 된다”라며 김기희를 감쌌다.

울산은 잔여 한 경기 이외에도 전북을 상대로 ‘2020 하나은행 FA컵’ 결승전(홈&어웨이)과 AFC 챔피언스리그 잔여 일정을 더 소화해야 한다. 울산의 현 전력에 김기희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자원이다. 프로무대뿐 아니라 A대표로도 많은 경험을 쌓은 김기희가 하루 빨리 모든 걸 털어버리길 울산 구성원 모두가 바라고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