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경기가 열렸다. 스포츠동아DB
그런 점에서 올해 가을잔치의 문은 아주 깔끔하게 열렸다.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LG 트윈스의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 이민호 주심을 필두로 한 6명의 심판진은 존재를 과시하지 않았다. 연장 13회, 4시간57분의 끝장승부에도 잡음은 없었다. 오히려 긍정적 모습으로 팬들의 박수를 받은 장면도 있었다.
WC 1차전에서 비디오판독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정규시즌 720경기에서 791회의 비디오판독이 나왔으니 경기당 한 번 이상 보이던 광경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여느 때보다 출루 하나가 값진 상황이었기에 양 팀 벤치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모든 상황을 지켜봤지만, 심판진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만한 장면은 없었다.
확대 비디오판독이 시행된 2014년 이후 포스트시즌(PS)에서 ‘무판독 경기’는 이번이 28번째다. 같은 기간 PS 전체 87경기를 치렀으니 비율은 32.1%다. 물론 비디오판독 횟수만으로 판정의 정확도를 거론할 순 없겠지만, 2일 WC 1차전 심판진은 매의 눈을 5시간 내내 치켜뜨고 있었으니 박수를 받을 만하다. 정규시즌 매 경기 매긴 평가를 기준으로 가장 우수한 인력을 PS에 투입하는 데다, 좌우선심을 포함해 6심제로 확대 운영하는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가장 첨예한 문제인 스트라이크(S)존에서도 이 주심은 논란을 일으키지 않았다. 타자 입장에선 바깥쪽이 살짝 넓다고 아쉬워하는 장면이 몇 차례 있었지만, 양 팀 모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했으니 논란의 소지 자체가 없었다. S존의 최대 관건은 결국 일관성인데, 이를 명확히 준수했다.
여기에 심판이 권위를 내려놓는 장면도 있었다. 6회초 키움 선두타자 박준태 타석, LG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가 투구동작에 들어갔을 때 타자가 타임을 요청했다. 이 주심은 이를 받아들였고, 켈리는 허공에 높게 공을 뿌렸다. 투수 입장에선 예민함을 느낄 법했지만, 이 주심이 마스크를 벗고 마운드 쪽으로 다가가 켈리에게 사과 제스처를 취했다. 켈리도 이내 납득하고 손을 들어 존중한다는 표시를 했다. 타임을 받은 것은 규정상 아무 문제없는 장면이었지만, 투구에 들어갔던 투수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가을의 축제 또는 가을의 전쟁. 모두가 선수와 벤치의 싸움만으로 승패가 판가름 나길 바란다. WC 1차전에서 보여준 명판관의 모습은 이런 기대를 더욱 키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