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KBL은 국제농구연맹(FIBA) 경기 규칙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24초 계시기 운영만큼은 아니었다. 공격권을 지닌 팀은 볼을 공격 코트로 8초 이내에 운반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바이얼레이션으로 공격권을 상대에게 넘겨준다. 하지만 청주체육관을 제외한 나머지 5개 경기장에선 8초가 아닌 9초가 적용됐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속사정은 이렇다. 청주체육관은 24초 계시기를 최신형으로 바꿨다. 기존 기계와 달리 소수점까지 표시가 가능하다. FIBA 규정대로 24.0초부터 공격제한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경기장들의 24초 계시기는 소수점이 표시되지 않는 모델이었다. 다른 경기장들은 24.0초가 아닌 24.9초부터 카운트 다운됐다. 소수점이 표시가 안 되니 0.9초가 남았을 때 24초 공격제한시간이 소진된 부저가 울리도록 해놓았다. 쉽게 말해 계시기에 ‘0’이 표시되는 시점과 부저가 울리는 타이밍을 맞춰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WKBL은 이번 시즌 개막 이전 각 경기장 24초 계시기에 15초가 남아야 8초 바이엘레이션을 부과한다고 공식화했다. 여기에 부합하는 경기장이 청주 한 곳밖에 없지만, 이런 사실을 감독자 회의의 안건으로 올려 동의를 얻었다. 선수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일괄적으로 룰을 적용한다는 취지였다. FIBA 규정과 다른 로컬 규정을 만들었음에도 이 같은 내용을 자세히 알리지 않았다. 경기 운영을 담당하는 WKBL 직원들마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를 쉽게 넘겨버렸다. 감독들과 합의됐다는 이유에서였다.
로컬 규정을 도입했지만 경기에서 큰 잡음은 없었다. 내용을 상세히 알지 못하는 선수와 코치도 있었다. WKBL 흥보팀 관계자는 “11월 휴식기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서는 오류를 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개막 후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아 문제점을 바로잡을 수 있게 돼 다행이다. 그러나 임의로 국제 규정을 변경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면 여자프로농구는 제자리걸음에 머물 수밖에 없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