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결승3국에 임하고 있는 신진서 9단. 16강전부터 한국선수로는 혈혈단신 결승까지 올라온 신진서 9단이 짊어진 승부의 무게가 느껴지는 듯하다. 사진제공|한국기원
2020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우승컵은 중국 커제에게
결승 1·2국 전패…90% 승률 깨져
삼성화재배 우승컵 6년째 中 차지
신진서 “아쉬운 결과 보여줘 죄송”
딱 반집이 모자랐다.결승 1·2국 전패…90% 승률 깨져
삼성화재배 우승컵 6년째 中 차지
신진서 “아쉬운 결과 보여줘 죄송”
한·중 바둑 1인자 간의 격돌로 전 세계 바둑팬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2020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중국 1 인자의 승리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 중국 1위 커제 9단은 3일 열린 결승3번기 두 번째 대국에서 330수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한국 1위 신진서 9단에게 흑 반집승을 거뒀다. 1국에 이어 2국까지 승리해 2:0으로 신진서를 압도하고 이 대회에서만 4번 째 우승컵을 가져갔다.
두 선수는 1국과 마찬가지로 서울(한국기원)과 베이징(중국기원)에 마련된 특별대국장에서 모니터를 앞에 두고 온라인 대결을 펼쳤다. 1국에서 마우스 줄이 노트북의 터치패드를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120수만에 허망하게 패해 벼랑 끝에 몰린 신진서는 2국에서 좋은 흐름을 이끌며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TV, 인터넷을 통해 이들의 대국을 지켜보던 해설자들이 “신진서가 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 호언했지만 결국 커제의 추격을 따돌리지 못하고 반집의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결승전에서의 2연패로 신진서는 우승컵말고도 많은 것을 잃게 됐다. 우선 90% 대 승률의 신화가 깨졌다. 두 판을 내리 지면서 57승 7패가 됐고 승률은 89.06% 로 내려갔다. 커제와의 상대전적은 3승 10패가 돼 한·중 1인자간의 시소가 더 가파르게 기울어졌다. 2월 LG배 우승에 이어 삼성화재배까지 접수하려던 메이저 세계대회 2관왕의 꿈도 접혔다. 삼성화재배 우승컵은 6년째 중국의 차지가 됐다.
신진서는 “우승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아쉬운 결과를 보여드린 것 같아 죄송하고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다. 앞으로 더 기회가 있을 텐데 많은 부분에서 노력하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도 일찌감치 중국에 밀리는 모양새였다. 와일드카드까지 포함해 14명이 본선 32강에 나서 7명이 16강에 진출할 때만 해도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 “올해는 반드시 우승컵을 되찾아 오자”는 결기마저 느껴지는 분위기였지만 16강전에서 7명 중 6명이 한꺼번에 탈락하는 ‘참사’를 당하고 말았다. 홀로 외로운 승부를 벌이게 된 신진서는 스웨, 셰얼하오를 연파하고 결승에 올랐지만 결국 마우스미스와 반집에 분루를 삭여야 했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은 3억 원, 준우승은 1억 원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