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5승·3세이브 감독의 메시지, ‘KT다움’은 곧 탄탄함이다

입력 2020-11-04 13: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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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었으면 그 성적이 나왔겠어요?”

1989년 한국시리즈(KS). 대졸신인 이강철(당시 해태 타이거즈)은 2경기에서 8이닝을 소화하며 2세이브를 챙겼다. 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수준의 활약이었다. 화려한 출발은 커리어 내내 이어졌고, PS 통산 29경기에서 74.1이닝을 소화하며 5승3세이브의 호성적을 올렸다. 이강철 KT 감독은 신인시절 KS 첫 등판에 대해 물으면 “별로 긴장은 안했다.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내 타이틀을 노렸다”고 회상한다.

선수로, 투수코치로, 수석코치로 들어올린 큰 경기는 이골이 날 정도로 치렀다. 이 감독은 이제 사령탑으로 첫 PS를 앞두고 있다. 여기까지만으로도 위대한 걸음이었다. 1군 진입 4년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KT는 지난해 창단 첫 5할 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첫 PS 진출까지 달성했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PO)에서 타 팀의 도전을 기다리는 입장이다.

이 감독은 “밖에서 볼 때 ‘아, 이래서 KT가 2위를 했구나. 여기까지 온 이유가 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 허무하게 지고 싶진 않다”며 “선수들이 긴장해서 발이 안 나갈까 그게 걱정이다”고 했다. 평소 선수단과 미팅을 자제하는 이 감독은 PS를 앞둔 첫 훈련, 한 가지 메시지를 전했다. “지금까지 정말 잘해줬다. 너희가 원하던 PS 무대에 올라왔으니 이제 정말 마음대로 하라”고 주문했다. 당장 올해부터 선수들이 마음 놓고 뛰논다면, 이 경험이 내년과 내후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사실 ‘편하게 하라’는 말은 하는 사람은 쉽고, 듣는 사람은 어려운 말이다. 이 감독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선수들 입장에서도 막상 그라운드 위에서 편한 마음을 먹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입버릇처럼 강조할 예정이다.

선수들도 이 감독의 메시지를 온전히 받아들였다. 박경수는 “감독 이강철의 리더십은 사랑과 신뢰, 인정이다. 감독님은 항상 ‘너희를 위한 야구를 하라’고 하시지만, 지도자가 선수를 인정하고 배려하니 선수들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배제성도 “우리는 정규시즌 충분히 잘해온 팀이다. 2위 팀의 일원인 게 자랑스럽다”며 “PS는 보너스 게임이다. 잃을 게 없는 팀이니까, 재밌게 각자 할 것만 하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감독은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2위를 확정한 뒤 선수 한 명 한 명 일일이 포옹했다. 이 감독의 품에 안겼던 박경수가 왈칵 눈물을 흘린 것은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사이 신뢰가 얼마나 두터운지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다.

이제 KT를 약하게 보는 이는 어디에도 없다. 시즌 내내 달렸던 의문부호는 2위라는 순위로 증명했다. 단지 한두 달 잘한 게 아닌, 6월 이후 121경기에서 승률 0.592로 압도적 1위였다. 2020년, ‘KT다움’은 강함을 의미한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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