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김인태(왼쪽)와 이유찬은 출전 기회가 많지 않은 가운데도 교체투입 때마다 알찬 활약을 펼쳐주는 자원들이다. 포스트시즌도 예외가 아니다. 백업 선수에게도 두산의 ‘가을 DNA’는 이미 풍부하다. 고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들이 중심에서 토양을 닦는다면, 그 위에서 새로운 싹도 움트고 있다. LG 트윈스와 준PO까지 PS 1경기 출장이 전부였던 김인태(26)와 이유찬(22)이 대표적이다. 9일 PO 1차전에서도 결정적 장면은 이들이 만들어냈다. 2-2로 맞선 9회초 대주자로 투입된 이유찬은 과감한 주루로 2루를 훔쳤고, 그를 홈으로 불러들인 이가 대타 김인태였다.
김인태는 두산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선수다. ‘비트코인’에 빗댄 ‘인태코인’이란 단어가 유행했을 정도였다. 언젠가 고점을 찍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성장세가 조금은 더뎠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시리즈(KS)에서 PS 데뷔전을 치른 뒤 올해 2번째 기회가 찾아왔고 이를 놓치지 않았다. 김인태는 “지난해 KS에서 한 타석을 소화한 게 도움이 됐다. 떨리긴 했지만 작년만큼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유찬 역시 전문 대주자로 올해 정규시즌 101경기에 출장하며 경험치를 잔뜩 쌓았다.
정규시즌의 경험은 선수의 성장에 필수지만, 단기전에서 훌쩍 크는 선수도 여럿 있다. 긴장감을 뚫고 좋은 결과를 낸 기억은 이듬해 정규시즌에서도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다. 특히 올 시즌 후 대대적인 선수단 변화가 불가피한 두산으로선 또 한 번의 화수분이 필수적이다. 올해 김인태, 이유찬이 야금야금 쌓고 있는 경험치는 당장의 PS 레이스는 물론 2021년과 그 이후를 위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 두산의 주축을 맡고 있는 김재환, 허경민, 최주환 등은 모두 기나긴 백업 시절을 버틴 자원이다. 이들의 신화가 또 한번 반복되는 것이 두산으로선 최상의 기대치다.
라스트 댄스. 1997~1998시즌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 왕조 끝자락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올해 두산의 가을야구는 이와 많이 비교되는 중이다. 올 시즌 후 오재일, 허경민, 김재호, 최주환, 정수빈 등 주축 야수들이 대거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두산 선수들은 인터뷰 때마다 “이 멤버와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다”는 말로 각오를 다진다.
아직 FA 시장을 예측할 수 없지만, 설령 이들 중 일부가 팀을 떠나도 두산의 가을 DNA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원 팀 베어스’의 춤은 결코 올해가 마지막이 아닐 것이다. 유전자는 이어진다. 올 가을, 그 저력을 계승하고 있는 김인태와 이유찬은 그 증거 중 하나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