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집중과 다양성이 충돌하던 날

입력 2020-11-11 13: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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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선 2020~2021시즌 V리그 1라운드 남자부 최고의 빅매치가 벌어졌다. 나란히 개막 5연승을 달리던 OK금융그룹과 KB손해보험이 맞붙었다. 두 팀은 13일 의정부체육관에서 2라운드 대결을 앞두고 있어 2연전이나 다름없다.



KB손해보험은 외국인선수 케이타의 개인능력에 많은 것을 의지했다. V리그에서 성공한 외국인선수의 필요조건 중 하나인 높은 타점이 무기였다. V리그 최고 연봉을 받는 세터 황택의는 케이타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레프트의 높이가 낮고 리시브에 약점을 지닌 KB손해보험이지만, 케이타의 높은 결정력 덕분에 5연승을 달리는 동안에는 문제점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OK금융그룹은 공격적인 배구를 장점으로 삼았지만 꾸준하지 못했다. 잘 되는 날은 누구도 막지 못하는 팀이지만, 범실이 지나치게 많아질 때는 제풀에 무너졌다. 그래도 이번 시즌 대체외국인선수로 펠리페를 선택하면서 범실이 눈에 띄게 줄었다. 폭발력은 없어도 V리그에 특화된 공격의 펠리페가 꾸준하게 득점해주면서 안정감이 크게 향상됐다. 진상헌의 가세로 공격옵션도 다양해졌고 균형도 갖췄다.

이날 KB손해보험이 세트스코어 1-3으로 완패한 것은 OK금융그룹의 서브가 강했던 데다 범실도 적었기 때문이다. 리시브가 흔들리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KB손해보험의 불안요소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KB손해보험은 3일 삼성화재, 7일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풀세트 경기를 치렀다. 2경기에서 무려 156차례나 공격을 했던 케이타의 체력이 얼마나 버텨줄지 의문이었다. 19세의 나이가 빠른 피로회복에 도움은 되겠지만, 과거 V리그를 주름잡았던 가빈이나 레오보다는 파괴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OK금융그룹 석진욱 감독은 이 점을 파고들었다. 디그 전담 부용찬이 중요할 때마다 역할을 했다. 케이타의 공격이 코트에 다이렉트로 꽂히는 경우가 줄었다. 다른 팀들에도 적잖은 힌트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KB손해보험은 다양한 공격을 구사하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전에서 케이타를 제외한 다른 공격수들이 기록했던 58차례의 공격이 OK금융그룹전에선 36차례로 줄었다. 센터의 속공은 고작 7회에 그쳤고, 성공은 단 2차례였다. 이 때문에 OK금융그룹은 철저히 케이타만 겨냥해 공격효율을 떨어트렸다. 10월 30일 KB손해보험에 패했던 대한항공 산틸리 감독은 “케이타를 상대로 기록한 유효블로킹과 디그가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를 석 감독이 가장 먼저 보여줬다.



1세트 케이타가 기록한 75%의 공격점유율은 불행의 씨앗이었다. 반대로 OK금융그룹은 진상헌-박원빈이 21번의 속공을 시도하며 펠리페-송명근에게 향하던 블로킹을 분산시켰다. 송명근이 10득점에 43%의 낮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하고도 팀이 승리한 것은 토털배구의 다양성이 몰입배구의 집중보다는 더 효율적임을 보여줬다. 13일 리턴매치에서 KB손해보험 이상열 감독이 어떤 대책을 들고 나올지 흥미롭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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