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잘해온 KT, 13% 통계 앞 필요한 ‘뻔뻔한 패기’

입력 2020-11-12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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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중립 경기가 열렸다. 1-4로 패하며 플레이오프 전적 2패을 기록한 KT 선수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정규시즌 2위.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서 거둔 KT 위즈의 성과다. KT는 올해 KBO리그에서 두 번째로 강한 팀이었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개막 전으로 간다면, KT의 포스트시즌(PS) 진출 가능성을 예상한 이도 많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잘해왔으니 쫓길 이유가 전혀 없다. 잃을 게 없는 KT에게 지금 필요한 건 ‘뻔뻔한 패기’다.

KT는 9, 10일 고척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1·2차전을 모두 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KT는 2경기 18이닝 동안 단 1분도 리드를 잡지 못했다. 팽팽한 균형, 혹은 쫓아가는 상황만 반복됐다. PS가 처음인 선수들이 많으니 스스로 쫓길 수밖에 없다. 팀 내부에서도 “딱 한 번 리드를 잡으면 풀릴 것 같은데…”라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했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단 2경기이기 때문에 표본으로서 가치가 크지 않지만, KT의 PO 2경기 인플레이타구타율(BABIP)은 0.283에 그쳤다. 정규시즌 KT의 BABIP가 0.331로 리그 1위였으니 무려 5푼 가까이 차이가 난다. 물론 표본이 2경기뿐이지만, 그 두 경기의 불운이 어느 정도인지는 엿볼 수 있다. 1차전 9회말 배정대의 잘 맞은 타구가 3루수 허경민에게 잡혔고, 2차전 2회말 심우준의 타구가 하필이면 3루 측으로 향해 병살타로 이어졌다. 여기에 2차전에는 심판의 스트라이크존도 다소 흔들리며 KT 타자들이 혼란을 겪는 장면도 있었다.

앞선 5전3승제 PO에서 1,2차전을 모두 챙긴 사례는 16번. 이 중 14번이 한국시리즈(KS)에 올랐다. 두산은 KS행 통계 87.5%를, 반대로 KT는 12.5%에 내몰리게 됐다.

KT 선수단. 스포츠동아DB



하지만 돌이켜보면 KT는 언제나 언더독이었다. 6월말 기준으로 통계 시뮬레이션을 돌렸을 때 KT의 2위 확률은 0.4%에 불과했다. 당시 오히려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건 6위로 가을야구를 못 밟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었다. 이처럼 불리한 여건에서 자신들의 길을 뚜벅뚜벅 걸었고, 그렇게 만든 결과가 창단 첫 PS다.

충분히 잘했음에도 PO 1,2차전 고개를 떨구는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됐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표정도 굳어갔다. 실력보다는 기세에서 두산에 밀렸다. 결과가 기대를 따르지 못하니 아쉬움을 갖는 건 당연하지만, 조금 더 뻔뻔해진다면 어떨까. ‘우린 모두의 예상을 깨고 2위까지 올라왔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한 2020년’이라는 마음가짐이라면 지금의 부담감을 한결 덜 수 있을 것이다. 한 번의 물꼬만 튼다면 KT 특유의 흥이 그라운드에서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박경수는 PS 확정 직후 “결과를 떠나 후회 없이 그라운드에 모든 걸 쏟아놓고 올 것”이라고 각오했다. 비단 박경수에게만 해당되는 각오는 아닐 터다. 설령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창단 첫 가을무대에서 맘껏 휘젓고 뛰어놀았다는 기억을 남겨야 후회가 덜할 것이다. 아직 PO는 끝나지 않았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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