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세계 정치적 메시지 중심에 서다

입력 2020-11-1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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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트와이스 곡 ‘안티 트럼프 송’ 사용
태국 반정부 시위서도 케이팝 울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케이팝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정치적 이슈에도 연이어 휘말리고 있다. 지난달 방탄소년단(BTS)의 밴 플리트상 수상 소감이 중국에서 거센 논란을 모은 뒤 현지 대학 강의에서 BTS의 내용을 사전 검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걸그룹의 노래가 해외 정치적 대립 현장에서 불리는 등 케이팝의 영향력을 방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쓰촨대와 미국 피츠버그대가 공동 설립한 쓰촨대―피츠버그인스티튜트의 한국인 정아름 교수는 지난달 경영대학에서 ‘케이팝 소프트파워’를 주제로 강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강의 전 대학 관계자가 강의에서 BTS 관련 부분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강 교수는 강의를 거부했다.

앞서 지난달 초 중국 관영매체와 누리꾼은 미국의 밴 플리트상을 받은 BTS가 한국전쟁을 언급하며 “두 나라가 함께한 고통의 역사를 항상 기억할 것”이라는 수상 소감을 내놓자 크게 반발했다. 최근에도 중국의 상징처럼 인식되는 희귀동물 판다를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귀중하게 다루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블랙핑크를 맹목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SCMP는 이날 ‘한국의 케이팝, 중국 공산당과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지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의 수많은 밀레니얼이 한국의 케이팝에 매료된 가운데 케이팝이 중국 당국에 의해 ‘정치적 뜨거운 감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그만큼 케이팝이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얻고 있음을 말해준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필 스페셜’이 최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안티 트럼프 송가’로 불린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의 한 누리꾼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조지아주에서 역전승을 거두자 축하영상에서 ‘필 스페셜’을 배경음악으로 썼다. 영상은 SNS에서 공개 3일 만에 27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노래까지 큰 화제를 모았다. 또 지난달 태국 반정부 시위에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와 블랙핑크의 ‘킬 디스 러브’가 울려 퍼졌다.

이는 케이팝이 또 다른 의미의 ‘글로벌 언어’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로이터통신은 “태국 젊은이들, 정부에 맞서는 수단으로 케이팝을 들다”라는 기사를 통해 이를 조명했다.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해온 케이팝이 이제 음악적 공감을 넘어 각국 팬들이 스스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데 활용할 만큼 그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셈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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