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15일 대한항공-한국전력전에 담긴 많은 얘기들

입력 2020-11-17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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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한국전력-대한항공전전에는 많은 스토리가 담겨있었다. 상징적이었다.

지난 시즌 11연패를 포함해 새 시즌 개막 이후 7연패까지 18연패. 게다가 대한항공을 상대로는 2017년 12월 31일 3-0 승리 이후 14연패를 기록 중이던 한국전력이었다.

배구는 전력차가 크면 이기기가 쉽지 않다. 네트 탓에 상대가 잘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 서브와 블로킹이 그나마 역할을 하지만 제한적이다. 더욱이 V리그에선 한 번 선수구성이 이뤄지면 쉽게 바꾸기 어렵다. 상대의 약점이 빤히 보이는데 그것을 보완하도록 도와줄 팀이 드물다. 선수들의 호흡이 특히나 중요해서 과감하게 주전을 교체하기도 쉽지 않다. 팀의 중심인 세터와 공격수가 박자를 맞추려면 많은 시간과 반복훈련이 필요하다.

한국전력은 새 시즌 개막 직후부터 삐끗했다. 예상은 했지만 기대치와 실전의 차이는 너무도 컸다. 연패가 길어지자 장병철 감독은 선수들의 표정부터 살폈다. ‘어차피 우리는 해도 안 된다’는 생각이 선수들에게 전염병처럼 번지면 시즌은 끝이다.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에 해법을 찾아야만 했다.



궤도수정을 결정했다. 연결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귀중한 내 것부터 내놓아야 했다. 몇몇 팀이 세터 김명관의 가능성을 높이 샀다. 신인지명 전체 2순위였던 임성진을 원하는 팀도 나왔다. 2주 전 ‘트레이드 추진’의 사인이 내려왔다. 얘기가 많이 오갔다. 가장 먼저 성사될 뻔했던 트레이드는 막판에 틀어졌다. 이후 삼각트레이드가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이 또한 성사되지 못했다. 트레이드 얘기가 오가는 2주 동안 장 감독은 스트레스로 살이 많이 빠졌다. 마침내 2건의 트레이드가 잇달아 확정됐다. 현재 한국 최고의 센터 신영석를 받고 김명관을 현대캐피탈로 내줬다. 베테랑 세터 김광국을 영입하며 알짜선수 김인혁을 삼성화재에 건넸다.



한국전력의 빅딜은 15일 경기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종전과는 플레이가 전혀 다른 새로운 팀의 탄생이었다. 대한항공 산틸리 감독은 “라운드 도중 트레이드가 가능한 규정이 문제”라며 선수들에게는 “같은 팀이지만 이전과는 전혀 달라진 팀을 상대로 적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한항공의 경험 많은 선수들조차 한국전력의 달라진 배구에 당황했다. 한국전력의 3-1 승리였다. 장 감독은 “이런 얘기를 해도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트레이드가 발표되자 선수들의 표정이 밝아졌다”고 밝혔다. 한국전력 선수들은 의욕이 넘쳐 보였다.

그동안 2~3명의 블로커가 따라붙었지만 신영석이 오면서 한결 편해진 박철우는 장인에게 “밖에서 우리 팀의 플레이를 봐달라”고 부탁했다. 신치용 진천 국가대표팀 선수촌장은 사위를 위해 15일 경기장을 찾았다. 19일 대한항공, 22일 한국전력을 상대하는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도 이 경기를 지켜봤다. 이들에게 한국전력의 새 배구가 어떻게 보였을지 궁금하다.

한국전력에 의미심장한 말은 경기 뒤 나왔다. 경기 수훈선수로 인터뷰를 한 신영석은 “이번 경기가 설레고 두근거렸다. 10년 전으로 돌아가 신인 같은 마음가짐이 느껴졌다. 내 서브 하나로 팀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간절함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와 8년 만에 합을 맞췄다는 김광국은 “예상 못한 이적에 섭섭했지만, 지금은 삼성화재 감독님과 코치들에게 감사한다.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선수 스스로 만족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함께 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트레이드의 최종 결말이 궁금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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