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게! 멀리! 두산이 보여준 시프트 파훼 정석

입력 2020-11-2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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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일. 스포츠동아DB

상대의 파격을 정석, 하지만 쉽지 않은 방법으로 극복해냈다. 두산 베어스의 가을 DNA는 바로 이 세밀함과 강력함에 있다. NC 다이노스의 공격적인 시프트에 맞서 타구를 강하게, 그리고 멀리 보내며 재미를 봤다. 물론 말처럼 간단하진 않은 일이다. 두산의 저력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NC는 정규시즌 수비효율(DER) 0.693으로 1위에 올랐다. 이동욱 감독과 데이터 팀이 주관하는 수비 시프트의 영향이 컸다. 특히 포스트시즌(PS) 들어 더욱 변화무쌍한 수비 시프트로 두산 타자들의 타구를 그물에 가뒀다. 두산은 1~2차전에서 1승씩 주고받는 동안 시프트로 인한 손해를 여러 차례 봤다.

당겨치는 유형의 좌타자 상대로 2루수와 3루수를 1~2루간에 배치하는 방식. 텅 빈 3루 측으로 푸시번트를 댄다면 손쉽게 출루할 수 있지만 중장거리 타구 생산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이런 장면은 흔히 나오지 않는다. 결국 평소의 두 배 정도 촘촘해진 1~2루간을 뚫어낼 방법이 필요했다.

이론적으로는 타구를 내야수가 반응하기 어려울 만큼 강한 직선타로 연결하거나, 외야 쪽으로 보내면 시프트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물론 말이 쉽다. 하지만 리그 최정상급 기량과 경험을 갖춘 두산 선수들은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 3차전에서 이를 해내며 7-6 승리를 거뒀다.

0-1로 뒤진 2회말 선두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타석. NC 2루수 박민우가 우익수 바로 앞까지 이동하는 페르난데스 시프트를 가동했다. 하지만 페르난데스는 마이크 라이트의 공을 우측 담장 밖으로 날려보냈다. 타구속도 174㎞에 비거리 136m 홈런 앞에서 시프트는 힘을 잃는다.

이어진 장면도 눈여겨볼 만했다. 1-1로 맞선 2회말 무사 1루 오재일 타석. NC 내야진은 박민우와 박석민이 1~2루간에 위치하는 시프트대로 움직였다. 하지만 오재일은 2루수 박민우 옆을 강하게 스치며 순식간에 내야를 관통하는 타구 생산에 성공했다. 우중간 담장까지 가르며 2루타. 주자 2·3루가 됐고 후속 박건우의 내야 땅볼로 두산이 2-1 역전에 성공했다. 오재일의 2루타는 타구속도 167.2㎞를 기록했다. 발사각은 9.1도였지만 내야수 옆을 순식간에 스쳤기 때문에 반사속도가 빠른 박민우도 손 쓸 도리가 없었다.

이론적으로는 간단하지만 아무나 해낼 수 없는 일. 완전히 물이 오른 두산에게는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과제였고, 가뿐히 성공해냈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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