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일. 스포츠동아DB
NC는 정규시즌 수비효율(DER) 0.693으로 1위에 올랐다. 이동욱 감독과 데이터 팀이 주관하는 수비 시프트의 영향이 컸다. 특히 포스트시즌(PS) 들어 더욱 변화무쌍한 수비 시프트로 두산 타자들의 타구를 그물에 가뒀다. 두산은 1~2차전에서 1승씩 주고받는 동안 시프트로 인한 손해를 여러 차례 봤다.
당겨치는 유형의 좌타자 상대로 2루수와 3루수를 1~2루간에 배치하는 방식. 텅 빈 3루 측으로 푸시번트를 댄다면 손쉽게 출루할 수 있지만 중장거리 타구 생산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이런 장면은 흔히 나오지 않는다. 결국 평소의 두 배 정도 촘촘해진 1~2루간을 뚫어낼 방법이 필요했다.
이론적으로는 타구를 내야수가 반응하기 어려울 만큼 강한 직선타로 연결하거나, 외야 쪽으로 보내면 시프트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물론 말이 쉽다. 하지만 리그 최정상급 기량과 경험을 갖춘 두산 선수들은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 3차전에서 이를 해내며 7-6 승리를 거뒀다.
0-1로 뒤진 2회말 선두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타석. NC 2루수 박민우가 우익수 바로 앞까지 이동하는 페르난데스 시프트를 가동했다. 하지만 페르난데스는 마이크 라이트의 공을 우측 담장 밖으로 날려보냈다. 타구속도 174㎞에 비거리 136m 홈런 앞에서 시프트는 힘을 잃는다.
이어진 장면도 눈여겨볼 만했다. 1-1로 맞선 2회말 무사 1루 오재일 타석. NC 내야진은 박민우와 박석민이 1~2루간에 위치하는 시프트대로 움직였다. 하지만 오재일은 2루수 박민우 옆을 강하게 스치며 순식간에 내야를 관통하는 타구 생산에 성공했다. 우중간 담장까지 가르며 2루타. 주자 2·3루가 됐고 후속 박건우의 내야 땅볼로 두산이 2-1 역전에 성공했다. 오재일의 2루타는 타구속도 167.2㎞를 기록했다. 발사각은 9.1도였지만 내야수 옆을 순식간에 스쳤기 때문에 반사속도가 빠른 박민우도 손 쓸 도리가 없었다.
이론적으로는 간단하지만 아무나 해낼 수 없는 일. 완전히 물이 오른 두산에게는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과제였고, 가뿐히 성공해냈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