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V1] 코로나 불안에 지샌 밤·의사도 놀란 재활 속도, 우승 비하인드 스토리

입력 2020-11-26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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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우승 팀은 하늘이 점지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선수단의 구슬땀과 프런트의 장·단기 플랜이 우승의 필수조건이지만, 운도 반드시 따라야 반지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의미다. ‘우주의 기운’이라는 너스레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창단 9년만인 2020년 정규시즌-한국시리즈(KS) 통합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 역시 마찬가지다. 수년 전부터 철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장기 플랜을 짰던 프런트와 이동욱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의 리더십, 여기에 선수단의 맹활약이 우승 지분 99% 이상이다. 마지막 1%를 채운 것은 운이다. 물론 그 운도 NC의 절실함이 만들어낸 것이다.

의사도 놀란 재활 속도, 그 3이닝의 가치


NC 외국인투수 마이크 라이트(30)는 정규시즌 29경기에 등판해 11승9패, 평균자책점(ERA) 4.68을 기록했다. 10승을 넘겼으나 외국인투수로서 상대를 압도하는 카드는 아니었다. 그러나 단기전에서 빠른 공을 앞세워 상대를 압도할 선발투수의 존재는 필수적이었다.

정규시즌 막판 변수가 생겼다. 라이트는 왼 무릎에 통증을 느꼈다. 여러 병원에서 교차 검증을 거쳤지만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KS를 앞둔 NC로서는 날벼락이었다. 라이트는 결국 11월초 서울 대형병원에서 수술대에 올랐다.

이후부터는 라이트의 의지에 달려있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선수는 몸을 사리는 경우가 많은데, 라이트는 달랐다. 어떻게든 KS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고 철저히 몸을 만들었다. 에이전트 측에서 오히려 염려를 했지만 라이트와 병원 측에서 충분히 등판이 가능하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NC 트레이닝파트에서도 라이트의 재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청백전에서 짧은 이닝을 던지며 실전에서도 이상이 없음을 증명했다. 비록 KS 3차전에 선발등판해 2이닝 5실점에 그쳤지만, 우승을 확정지은 6차전에서 구원등판해 1이닝을 책임졌다.

모두가 뜬 눈으로 지샌 밤, 동트며 찾아온 V


NC 박민우는 자타가 공인하는 ‘콘택트 장인’이다. 정규시즌 530타석에서 48삼진을 당하는 데 그쳤지만, 2승2패로 맞선 5차전에 3타수 3삼진에 그쳤고 지석훈과 교체됐다. 몸살 증세 때문이었다. 박민우는 즉시 병원으로 이동해 링거를 맞았다. 그러던 중 체온이 37.5도까지 올랐다. 미열 수준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서 얘기는 달라졌다. 그 즉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박민우는 물론 함께 병원에 이동했던 트레이닝파트 직원들도 격리조치했고, KBO에 이를 즉각 보고했다.

검사가 나오기까지 NC 프런트와 선수단 모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3승2패로 KS 우승까지 1승만 남겨둔 상황이었지만, 만약 박민우가 확진 판정을 받는다면 시리즈 진행 자체를 장담할 수 없었다. 모두의 기원이 통했기 때문일까. 박민우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6차전 출장해 5타수 2안타로 우승 확정 선봉에 섰다. 뜬눈으로 밤을 샌 NC 선수단과 프런트 모두 피곤함을 잊고 축하연을 즐길 수 있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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