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제돌이’ 방사 7년…동물권 논쟁 여전히 치열

입력 2020-12-0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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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국제보호종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는 2013년 7월 제주 앞바다로 돌아갔다. 제돌이가 방사된 지 7년이 지났지만 동물권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전문가들은 “동물을 오락거리로 구경하는 행위를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핫핑크돌핀스

동물원은 동물 학대? 폐쇄 찬반 여론 팽팽

씨월드 ‘벨루가 타기’ 청원글 시끌
전문가 “모든 동물원 폐쇄 어려워”
돌고래 제돌이는 2009년 5월 제주 바다에서 불법 포획됐다. 그 이후 돌고래쇼 공연업체 퍼시픽랜드가 제돌이와 암컷 복순이를 1500만 원에 사들였다. 시간이 흐른 뒤 서울대공원에 있던 바다사자 2마리와 교환되면서 제돌이는 서울대공원에서 공연을 했다.

제돌이는 서울대공원 쇼공연장에서 훌라후프를 돌리며 어린이들의 환호성을 들었다. 그 환호성을 제돌이가 원했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사실 제돌이는 단순한 돌고래가 아니라 멸종위기 국제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였다.

2011년 7월 해양경찰청이 남방큰돌고래 불법포획 관련 어민을 적발하면서 퍼시픽랜드를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2012년 3월 제주지방법원은 불법으로 포획된 돌고래의 몰수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제돌이는 퍼시픽랜드에서 바다사자와 맞교환돼 서울대공원에 팔려갔기에 정당거래로 인정돼 몰수대상에서 빠졌다. 환경단체들이 이에 반발했고,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은 서울대공원의 제돌이를 방사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학계 인사 등이 참여한 위원회를 통해 방사를 준비했다. 2013년 4월부터 야생에 돌아갈 준비를 한 제돌이는 7월에 바다로 돌아갔다.

하지만 제돌이가 바다로 돌아가기 전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박 시장이 제돌이를 방사하겠다고 밝히자 온 나라가 동물권에 대한 논쟁으로 들끓었다. ‘돌고래는 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쳐야 한다’는 의견부터 ‘차라리 지금처럼 서울대공원에 놔두는 편이 낫다’, ‘애초에 어린이들의 친구다’, ‘어린이들을 위한 쇼를 계속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방사하면 금방 죽을 것이다’ 등의 의견이 난무했다.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7년 전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 그리고 제돌이와 함께 방사된 춘삼이와 삼팔이는 지난 4월 모두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놓아주면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금방 죽을 것”이라는 기우에 불과했던 것이다.

동물권 논쟁은 이른바 ‘벨루가 타기’를 운영하는 거제 씨월드로 옮겨가기도 했다. 거제 씨월드는 돌고래와 벨루가의 등에 올라타는 라이드 유료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체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고, 청와대 청원글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동물원을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동물원법이 허술하고 안전과 복지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어 동물원 운영이 동물 학대라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당장 모든 동물원을 폐쇄하기는 어렵다”라며 “생태 환경을 개선하고 복지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연구와 보존 차원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되 지금처럼 동물을 오락거리로 구경하는 행위를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호승 객원기자 inewsma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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