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서툴러도 괜찮아”…‘산후조리원’ 김지수 작가, 모든 엄마들에게

입력 2020-12-03 16: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DA:인터뷰] “서툴러도 괜찮아”…‘산후조리원’ 김지수 작가, 모든 엄마들에게

모두에게 가장 떨리지만 설레고, 또 두려운 순간 중 하나는 아마도 ‘처음’이 아닐까. 그 중에서 부모가 된 첫 순간을 그린 tvN 월화드라마 ‘산후조리원’은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서투른 엄마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지금까지 많은 드라마에서 임신, 출산, 육아 등을 소재로 쓰는 경우는 많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이야기를 펼친 작품은 ‘산후조리원’이 처음이다. 또한 출산의 순간부터 모유수유, 육아휴직 등 엄마들이 겪는 문제들을 비롯해 남편들의 애환까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높이는 이야기로 가득 채웠다. 참 현실적이지만 때로는 코믹스럽게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릴 수 있었던 이유는 ‘산후조리원’을 집필한 김지수 작가의 경험담이었기 때문이다.

김지수 작가는 “출산을 통해 내 인생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 사람들이 천국이라고 부르는 산후조리원에서의 2주가 내 인생에서는 가장 많이 울었던 시기였다”라며 “호르몬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내게 닥친 변화가 감당이 안 되기도 하더라. 그래서 그 시절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뤄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드라마 속에 제 이야기도 많이 들어가 있고 ‘워킹맘’과 ‘전업맘’ 등 많은 엄마들을 인터뷰하며 만들어갔어요. 산부인과 이야기 같은 경우는 실제로 촬영을 할 때 전문의 선생님이 계셨거든요. 그래서 촬영할 때 조금 더 현실적으로 나온 것 같아요. 드라마를 쓰면서 가장 신경 썼던 점은 ‘모든 엄마는 모두 틀리지 않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었어요. 이 세상엔 정말 다양한 엄마가 있잖아요.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그들 모두가 이 세상의 엄마를 대변해주는 이들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설득력을 갖게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작가의 바람대로, ‘산후조리원’에는 다양한 엄마들의 모습을 보였다. 초보엄마 오현진(엄지원 분)부터 베테랑 엄마 조은정(박하선 분), 어렵게 가진 아이를 먼저 떠나보낸 엄마 박윤지(임화영 분),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라며 육아의 고정관념을 타파시킨 엄마 이루다(최리 분)까지 다양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그 누군가의 이야기가 소재였기 때문에 배우들의 열연은 그 어느 때보다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높여줬다. 김지수 작가는 “모든 배우들이 자신의 캐릭터에 애정을 갖고 연기를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엄지원은 처음 엄마가 되어 느끼는 혼란을 설득력 있지만 사랑스럽게, 박하선은 완벽해 보이는 엄마지만 혼자 감당해야 하는 육아의 외로움을 짠하게, 최리는 당당하고 건강한 요즘 엄마를 잘 표현해준 것 같아요. 임화영 역시 자식을 잃은 엄마의 슬픔을 압도적으로 보여주신 것 같아서 감사해요.”

사진제공=tvN


오현진의 남편 ‘김도윤’ 역을 맡았던 윤박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었다. 그는 순수하고 마음 따뜻한 남편 역할을 잘 해내기도 했지만 성인이 된 ‘딱풀이’를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특히 모유수유에 대한 고민을 하던 오현진의 상상 속에서 모유를 먹지 못해 탈모가 온 딱풀이를 연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지수 작가는 “대본 리딩을 할 때 미래의 ‘딱풀이’를 윤박이 직접 하고 싶다고 했다”라며 “로맨스 주인공을 할 배우인데 탈모 변신을 해도 될지 고민이 많았는데 직접 보니 정말 귀엽게 표현된 것 같다. 윤박의 열연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윤박 외에도 이른 나이에 아빠가 된 무진성(차우석 역), 아내의 육아 고충을 정말 몰랐던 정성일(이선우 역), 그리고 극 초반 초보아빠 윤박을 육아의 세계로 입문시킨 베테랑 아빠 이준혁(양준혁 역)까지 남편이자 아빠가 된 이들의 애환 역시 여지없이 표현했다. 이준혁은 “지금 아내들의 심리 상태가 딱 그거야. 가까이 오지 마라. 내게서 멀어지지도 마라”는 명대사를 남기고 떠나기도 했다.


김지수 작가는 “산후조리를 하는 시기에 여자들은 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지만 남자들은 육아를 하기 전이기 때문에 어리둥절한 것 같다”라며 “도움이 되고 싶지만 뭘 도와야 할지도 모르겠고. 너무 뾰족해진 아내의 눈치도 보이고…. 이 시절 남편들의 공감대를 살려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산후조리원’의 애청자들은 시즌2가 나오길 고대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지수 작가는 “시즌2에 대해서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있다”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야기를 했다.

이번 작품처럼 솔직하고 가식적이지 않은 작품을 쓰고 싶다는 김지수 작가는 “드라마틱한 서사보다는 평범한 나와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다. 창피해서 차마 꺼내지 않았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공감하는 것이 재밌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지수 작가는 모든 엄마들에게 “서툴러도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처음을 겪어요.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서툴고 실수할 때 우리 스스로 자책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게 엄마라는 역할이어도 말이죠. ‘산후조리원’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사랑에 저 역시도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tvN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