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생애 첫 우승 일군 나성범, ML 유학길 앞에서도 가슴에 품은 NC

입력 2020-12-0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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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1\' NC 나성범이 24일 고척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안타를 때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나성범은 야구인생 첫 우승의 기쁨을 맛본 뒤 이젠 개인의 꿈이었던 ML 도전에 나섰다. 스포츠동아DB

광주대성초 3학년 시절이던 1998년 야구를 시작했으니 어느새 22년째. 야구인생 내내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나성범(31·NC 다이노스)은 지난 가을 한국야구 가장 높은 무대 왕좌에 오르며 처음으로 우승반지를 손에 넣었다. 생애 첫 우승을 함께한 팀에 대한 애정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나성범은 메이저리그(ML) 도전을 ‘유학’이라고 표현하는 팬들처럼, 가슴에 NC를 품은 채 큰 꿈 도전에 나선다.

카메라 쥔 야구선수? 첫날부터 품은 확신

NC가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KS)에서 4승2패로 이겨 우승한 뒤 가장 화제가 된 건 나성범의 ‘브이로그(V-log)’였다. 나성범은 24일 고척돔에서 열린 KS 6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직후 관중석 쪽으로 향해 구단 직원에게 카메라를 받았다. 6차전 당일 합의된 내용이었다. 카메라를 받은 나성범은 우승 직후 세리머니부터 동료들이 기뻐하는 모습 전부를 ‘선수 시점’으로 담았다.

'이것이 나스타!' NC 나성범이 24일 고척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 옆에서 촬영 카메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가장 극적인 장면을 선수 시점으로 찍는다는 게 흥미로웠다. 팬들이 재밌을 만한 거라면 당연히 그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 우승에 대한 기쁨만큼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팬들이 함께 즐기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크다. 팬들이 영상으로라도 기쁨을 느끼는 데 보탬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나성범은 “아마추어 때도 준우승만 많았지, 우승은 없었다. 그토록 어렵던 우승을 가장 높은 KS에서 해냈으니 남다르다”며 “동료들이 누구 돌아가신 것처럼 우는데, 난 원래 눈물이 없는 편이다. 머릿속에 힘들었던 순간들이 스쳐지나갔지만 울음은 나지 않았다”고 했다.

KS 1차전 승리 후 2연패. 통계나 분위기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지만 나성범은 우승을 확신하고 있었다. “1차전 승리 후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2,3차전을 쉽게 패했다면 모를까 충분히 상대를 괴롭혔다. 우리 팀 쉽게 안 지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3차전 패배 후에도 자신감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가족, 그리고 그만큼 소중한 ‘팀 다이노스’

나성범은 올 시즌 종료와 함께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해외진출이 가능하다. NC는 KBO에 나성범의 ML행을 위한 포스팅 공시를 요청했다. 2년 전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와 계약했고, 지금도 협상에 대한 전권을 맡긴 상황이다. 나성범은 “구단에서 배려를 잘 해준 덕에 차근히 준비할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마음은 편하다”며 “내심 ‘무조건 가야 된다’고 생각한 뒤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모든 걸 에이전트에게 맡긴 뒤 몸을 잘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우승이다!' NC 나성범이 24일 고척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세리머니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캡쳐 | NC 다이노스 유튜브


생애 첫 우승, 그리고 ML행을 꿈꾸는 지금까지. 뒤에서 묵묵히 도운 아내와 가족의 내조가 없었다면 만들어질 수 없는 결과다. 나성범은 2012년부터 교제한 아내와 2015년 웨딩마치를 울렸다. 자신을 쏙 빼닮은 아들 정재 군은 NC 팬들의 스타다. 만일 ML행에 성공한다면 가족과 함께 떠나는 것도 고민 중인데, 함께 고생길에 오를 아내에게 벌써부터 미안하다고.

“아내를 떠올리면 미안한 마음뿐이다. 친구 한 명 없는 창원에 오직 나 하나만 믿고 내려와줬다. 서로 힘들 때도 있었는데 아내 덕에 잘 버텼다. 또 장모님과 장인어른에 대한 감사함이 크다. 야구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정말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 빈말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의 지원과 응원에 감사드린다.”

이번 도전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가슴 속에는 여전히 NC를 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팬들은 나성범에게 ‘ML 유학을 잘 마친 뒤 돌아와 NC 유니폼을 입고 은퇴해달라’고 한다. 나성범 역시 “주위에서도 유학 얘기를 많이 듣는다.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NC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안고 뛴 뒤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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