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최건은 사회복무요원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던 중 팀을 옮기게 됐다. 최건은 원 소속팀 KT에 대한 미안함과 롯데에서의 각오를 전했다. 사진은 KT 시절 최건. 사진제공 | KT 위즈
KT와 롯데는 4일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롯데가 내야수 신본기, 투수 박시영(이상 31)을 내주는 대가로 투수 최건과 2022년 2차 3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내용이다. 2000년 폐지된 신인드래프트 지명권 트레이드가 올해 부활된 뒤 첫 사례다.
롯데는 미래를 봤다. 2022년 신인 지명권은 물론 2018년 2차 2라운드 지명자 최건 역시 내년 활용이 어렵다. 올해 초 입대해 내년 11월 전역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건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속구와 커브의 분당회전수(RPM)가 리그 평균 이상이다. 특히 속구의 무브먼트는 리그 상위 5% 안에 든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지난여름부터 최건의 영입을 꾸준히 타진했지만 카드가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최건을 품는 데 성공했다.
7일 연락이 닿은 최건은 “발표 전날인 3일 저녁 식사하며 소식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숭용 KT 단장은 최건에게 밥을 사며 소식을 전했다. 오태곤, 남태혁 등 여러 선수를 트레이드로 이미 보냈지만 이번 결정은 느낌이 남달랐다고. 이 단장은 최건을 진하게 안아주며 아쉬움을 달랬다. 최건도 그 진심을 오롯이 느꼈다. 최건은 “솔직히 군 복무 중이라 처음 들었을 땐 아무 생각이 없었다. 롯데에서 나를 필요로 해 성사된 일이라고 생각하니 인정받았다는 느낌도 들었다”고 밝혔다.
최건은 현재 서울 사당 쪽의 복지관에서 복무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개인 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대로 다시 몸을 만들 계획이다.
성 단장이 밝혔듯 최건의 가장 큰 장점은 속구의 위력이다. 최건은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줄여야 한다. 체인지업을 비롯한 다양한 변화구를 던져보며 하나는 장착하고 싶다. 최건을 떠올렸을 때 ‘속구가 끝내주고 변화구 하나도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KT 팬들에게 한마디 남겨달라고 요청하자 잠시 먹먹함을 숨기지 못했다. 처음으로 유니폼을 입은 팀인만큼 애정이 남달랐다. 그 마음을 고스란히 안은 채 롯데에서 활약하겠다는 다짐도 함께했다.
“기대했던 모습을 다 못 펼치고 팀을 옮기게 돼 KT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다. 1군에서 자주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제 롯데 팬들이 1군에서 자주 보는 선수가 되도록 활약하는 게 목표다. 팬이 가득 찬 사직구장에서 롯데 팬들의 응원을 듣고 싶다. 롯데 선수가 야구를 잘하면 부산 시내에서도 알아보신다고 들었다. 사실 그런 걸 약간 즐기는 편이다(웃음). 지금도 팬들이 알아봐주실 때마다 늘 감사한 마음이다. 롯데에서 많은 팬들의 사진, 사인 요청을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런 요청에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 선수라는 의미는, 곧 야구와 인성 모두 갖춘 선수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선수가 되겠다. ‘투수 최건’을 확실히 각인시키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