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분위기, 확고한 의지…선수협, 곪은 문제 도려낼 수 있을까

입력 2020-12-07 1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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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논란. 프로야구선수협의회(선수협)에 대한 야구팬들의 실망이 거듭됐다. 회장과 사무총장의 판공비 논란부터 최근 10년의 회계가 불투명하다는 내부 성찰이 나왔다. 이를 수습하기 위한 이사회 분위기도 무거웠다. 하지만 뼈를 깎는 고통으로 쇄신한다는 각오다.


선수협은 7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이사회를 진행했다. 이사회에는 이대호 전 회장을 비롯해 양의지(NC 다이노스), 박병호(키움 히어로즈), 유한준(KT 위즈), 전준우(롯데 자이언츠), 오재일(두산 베어스), 이재원(SK 와이번스), 박해민(삼성 라이온즈), 최재훈(한화 이글스), 나지완(KIA 타이거즈), 채은성(LG 트윈스) 등 구단별 이사가 참석했다.


올해 스토브리그는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이 아닌 선수협이 논란의 중심이다. 이달 초 김태현 전 사무총장이 판공비를 현금 지급받았고, 증빙 자료를 제대로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일었다. 이대호 전 회장 역시 판공비를 스스로 인상했으며 이를 현금으로 받아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기자회견을 자청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사회 당일 오전에는 체육시민단체 ‘사람과 운동’이 이대호를 비롯한 10개 구단 이사진을 업무상 배임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연히 이사회 분위기도 무거웠다. 선수단은 물론 선수협 직원들도 무거운 표정으로 회의장을 오갔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회의는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양의지를 11대 회장으로 선출한 것을 시작으로 10여 년간 별다른 수정이 없었던 정관에 대한 세칙 손질 논의, 내년도 예산 편성이 안건으로 다뤄졌다.


또한 선수협 차원에서 진행한 회계감사도 화두에 올랐다. 집행부가 최근 10년간의 회계자료를 검토한 결과 예산 투명성과 관련한 몇 가지 문제가 제기됐다. 최종적으로 확인이 필요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이사 중 일부가 놀랄 정도로 심각한 문제점이 지적됐다는 후문이다.


선수협 고문 변호사는 “회계감사 결과 여러 의혹이 나온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를 밝힐 수는 없다. 해당 인사들의 소명 등 절차를 거친 뒤 명명백백하게 모든 것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협 관계자 역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쇄신이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양의지 신임회장의 임기는 7일 곧바로 시작됐다. 이날은 주장급 선수만 참여한 이사회였지만, 언택트 방식으로 모든 선수들이 참여하는 총회를 계획 중이다. 선수들의 신뢰부터 얻어야 팬들의 믿음을 되찾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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