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카드 장지원(가운데). 스포츠동아DB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56)은 최근 선수 한 명의 이름만 들으면 싱글벙글 미소를 숨기지 못한다. 평소에도 선수들 칭찬에 인색하지 않은 편이지만, 장지원(19)의 이야기가 나오면 유독 미소를 짓는다. 비단 신 감독뿐 아니라 우리카드 구성원 모두가 비슷하다. 한국배구가 특급 리베로의 싹을 발견한 듯하다.
장지원은 2019~2020 신인드래프트에서 우리카드의 1라운드(전체 5순위) 지명을 받았다. 당시 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장지원이 얼리 드래프트로 입단을 신청한 자체가 이슈였는데, 1라운드 지명은 파격이었다. 신 감독의 과감한 결정이 숨어있었다. 신 감독은 2018년부터 대통령배 전국남녀중고배구대회를 찾아 ‘신영철 세터상’을 시상해왔다. 이때 남성고에 재학 중이던 장지원이 신 감독의 눈에 띄었다. 신 감독은 과감히 1라운드 픽을 할애했다.
결과는 ‘대박’이다. 장지원은 지난 시즌 21경기(66세트)에 출장하며 경험을 쌓았고, 올 시즌에는 기존 리베로 이상욱을 대신해 주전으로 나서고 있다. 신 감독은 “공을 찾아가는 길이 정확하다. 축구만 봐도 빈 공간을 유독 잘 찾는 선수가 있지 않나. 그게 고수와 하수의 차이”라고 극찬했다. 신 감독의 말을 풀어 해석하면 장지원은 고수의 면모를 풍기고 있다. 나이라는 계급장을 떼고 봐도 그런데, 19세라는 나이가 더해지니 더욱 기특할 수밖에 없다.
우리카드가 8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장지원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수비 덕이었다. 적장 이상열 감독조차 “이렇게 다 받아내면 이길 수 없다. 오늘 우리카드는 그대로 국가대표로 나가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수 있을 듯”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작 당사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장지원은 “모두가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다. 욕심을 버리니 몸이 빠르게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모든 리베로가 그렇듯 장지원의 목표는 여오현 현대캐피탈 플레잉코치(42)다. 장지원은 “리시브나 수비 전반적으로 잘하는 선수가 목표다. 여 코치님처럼 오래 배구를 할 수 있는 만능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팀의 최고참 하현용(38) 역시 “여 코치님도 신인 때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자주 경기에 나서고 가르침을 받으며 완벽한 선수가 된 걸로 알고 있다”며 “(장)지원이는 확실히 대담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리베로가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이제 막 선수생활의 초입. 장지원의 시선은 여오현이라는 태산에 맞춰져있다. 여오현이 하나의 능선일지, 꼭대기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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