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동규 “‘이웃사촌’, 제겐 천운과도 같은 영화죠”

입력 2020-12-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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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동규. 스포츠동아DB

“제가 천운을 만난 거예요.”

연기자 김동규(28)는 영화 ‘이웃사촌’을 두고 그렇게 말했다.

2016년 겨울 무렵 오디션을 치르고, “합격”이란 말에 쾌재를 부른지 꼬박 4년째에 개봉한 영화였다. 커다란 스크린 속 자신이 “꿈에서나 볼 것 같았던” 기라성 같은 선배 연기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 믿기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를 뚫고 지난달 25일, ‘이웃사촌’이 개봉했다. 국가안보정책국 도청팀장인 정우가 자택 격리된 정치인 오달수를 도청하면서 벌어지는 휴먼코미디 영화다.

김동규는 독재정권에 충성하는 형과는 다르게 민주화 운동에 뛰어드는 대학생 중권을 연기했다. “오디션을 볼 때부터 욕심나는 캐릭터”였다.

“대본을 읽다보면 간혹 ‘이건 내가 해야 한다’는 느낌이 오는 배역이 있어요. 중권이 제게 그랬어요. 살면서 하고 싶었던 역할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좋아서 잠을 못 잤죠. 들뜬 마음으로 이환경 감독님을 만났는데, ‘중권이 어떤 사람 같니?’라고 물으시더라고요. 머리가 하얘졌어요. 들뜬 나머지 인물에 대한 고민을 하나도 안 했더라고요. 부끄러웠죠.”

그 길로 집에 돌아가 영화 곳곳에 녹아든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대해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 이를 토대로 중권의 성장과정과 집안 배경, 대학교와 그가 가진 사상까지 A4용지 2장에 빽빽이 손으로 직접 적어냈다.

김동규는 “종이를 본 감독님의 흐뭇한 미소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웃었다.

배우 김동규. 스포츠동아DB



영화에 잠깐 등장하는 고문 장면을 오랫동안 준비했다. “가장 표현하기 까다로울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정작 “정우 형님과 그저 나란히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너무나 어려웠다”고 돌이켰다.


“날씨는 춥지, 폐 끼치지 말잔 부담감은 들지…. 그날은 좀처럼 집중이 안 됐어요. 그때 다가온 선배님이 딱 그러셨죠. ‘동규야, 가슴으로 해’라고요.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형이 업어 키운 중권이의 과거가 스쳐 지나가면서 감정에 훅 젖어 드는 거예요.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죠.”

정우의 한 마디는 그에게 “아직도 어렵지만 절대 잊지 못할 격려”다. 우연히 친구의 독립영화 촬영 현장에 놀러가 “경험삼아” 카메라 앞에 선 22살 무렵엔 상상하지 못한 ‘영광’이기도 했다.

“중학교 때부터 줄곧 요리했어요. 오로지 유명 요리사가 되는 게 목표였죠. 그러다 ‘레디, 액션!’이란 주문에 모든 사람이 현실을 잊고 화면 속 상황에 빨려드는 그 신기한 순간이 저를 뒤바꿔놓은 거예요. 바로 다음 해에 내내 살던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를 와서 바로 서울예술전문학교에 들어갔죠. ‘맨땅에 헤딩’이었어요.”

뒤늦게 진로를 변경한 대학 시절엔 아무것도 몰라서 무서울 게 없었다. 오히려 데뷔 4년차에 접어드는 올해가 그에겐 위기였다. “현실이 눈에 들어오면서 겁이 나기 시작”했다.

배우 김동규. 스포츠동아DB



“경험이 조금씩 쌓이니 이제야 풋내기 신인 연기자인 제 위치가 객관적으로 와 닿더라고요. 주변의 또래들은 제 밥벌이하면서 잘 사는 거 같고, 자꾸만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누구나 다 흔들릴 때는 있는 법이라면서 저를 다독여요. 계속 극복해가고 있는 중이랄까요. 그런 고민 많을 때 ‘이웃사촌’이 개봉해서 정말 힘이 많이 됐죠.”
영화를 보면서 그는 애써 스스로에게 “잘하고 있다”고 건넸다. 새로 얻은 용기를 발판삼아 내년 일기장 맨 앞면에 “‘잘 팔리는’ 연기자”란 소망도 꾹꾹 눌러 적었다. 많은 작품에 캐스팅 돼 대중을 만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그 기운 덕분인지, 곧바로 차기작도 내놓는다. 28일 카카오TV 드라마 ‘아름다웠던 우리에게’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으로 출연한다. 그야말로 기분 좋은 시작이다.

“열심히 해왔다는 걸 자신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지면 정말 잘 해낼 수 있단 확신이 있어요. 무엇보다 저만의 소신을 가지고 살도록 노력할 겁니다. 아무리 큰 파도가 덮쳐도 두 발 딱 버티고 쓰러지지 않을 거예요. 제가 보고 느낀 대로 달려가겠습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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