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방출선수 병원행에 개인카드 건네는 코치, “기술만큼 중요한 마음”

입력 2020-12-12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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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홍성용 퓨처스팀 투수코치는 "선수의 기술을 바꾸는 것만큼 중요한 게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기술을 통해 선수의 야구인생까지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11월 익산에서 진행된 마무리캠프에서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홍 코치. 사진제공|KT 위즈

재능파, 연구파, 카리스마형, 형님 리더십. 지도자의 유형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어떤 장점으로 무장한 코치라도 선수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화려한 선수경력을 가진 것도, 지도자 경력이 긴 것도 아니지만 홍성용 KT 위즈 퓨처스 투수코치(34)는 바로 이 지점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현역 시절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지난여름, KT는 강장산(30)을 웨이버 공시했다. 팔꿈치 뼛조각 수술 후 재활이 필요했던 시점, KT는 2군 구장이 있는 익산에서 숙식은 물론 운동 시설을 활용하도록 배려했다.

재활 막바지, 강장산은 살짝 넘어지며 왼 어깨 부상을 입었다. 이때 홍 코치가 강장산에게 자신의 신용카드를 건넸다. 만약 수술이 필요할 경우 코치 초년병의 연봉을 감안할 때 결코 작지 않은 지출이었다. 진심이 통해서일까. 검진 결과 다행히 수술 아닌 가벼운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홍 코치는 보호구 구매나 검진에 드는 비용을 부담했다.

강장산은 “홍 코치님은 NC 다이노스 시절 룸메이트로 인연을 맺었고, KT에서도 함께 했다. 카리스마 있는 선배였는데, 은퇴 이전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는 등 지도자를 열심히 준비하던 분이었다”며 “큰 배려였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강장산은 홍 코치의 배려 덕에 재활을 잘 마친 뒤 지금은 최고 140㎞대 후반의 속구를 뿌리는 몸 상태로 타 구단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다.

방출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홍 코치는 200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았다. 경찰 야구단을 거쳐 LG에 복귀했지만 한 경기도 출장하지 못한 채 2008시즌 후 방출됐다. 야구를 포기하기엔 이른 나이. 홍 코치는 일본독립리그는 물론 트라이아웃을 거치는 등 우여곡절 끝에 NC 유니폼을 다시 입은 뒤 2015시즌 중 KT로 트레이드됐다. 통산 224경기에서 4승10패3세이브32홀드, ERA 5.32를 기록했다. 2018시즌 후 유니폼을 벗고 KT 2군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KT 홍성용 퓨처스팀 투수코치가 11월 익산에서 진행된 마무리캠프에서 훈련 중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기술만큼 중요한 건 마음”

최근 수원에서 만난 홍 코치는 “(강)장산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열심히 하는 선수 한 명을 돕고 싶었다. 내 현역시절이 떠올랐다. 통증 때문에 본인이 하고 싶은 걸 못한 아쉬움이 눈에 보였다. 그 절실함을 나 역시 가진 적이 있다.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재윤, 전유수, 하준호 등 KT 불펜자원은 올 시즌 크고 작은 부진으로 한 번씩 2군에 다녀왔다. 하지만 이강철 KT 감독은 “힘들 때 한 명씩 와준다”며 2군 코칭스태프에 고마움을 전했다. 2군에 다녀온 선수들은 입을 모아 “마음을 비우고 왔다”고 설명했다.

홍 코치는 “결코 내가 아닌 이강철 감독님과 1군 코칭스태프의 힘이다. 난 그저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홍 코치는 선수 시절 여러 지도자를 접하며 자신만의 지향점을 설정했다. 선수의 고민을 파고들려고 하기보단, 그들의 마음을 먼저 얻는 게 최우선 목표다. 홍 코치는 그저 묵묵히 들은 뒤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기술적인 문제는 그 다음이라는 판단이다.

“기술은 정말 중요한 영역이다. 기술적인 변화를 가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사소할 수 있지만, 선수의 인생이 걸려있을 수도 있다. 선수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이야기를 듣고 공감대를 형성해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소통하며 기술적으로도 발맞춰 나갈 수 있다.”

KT 2군에는 아직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한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외부 투자보다는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코칭스태프의 어깨가 여느 때보다 무겁다. 기술보다는 진심을 먼저 헤아리는 지도자가 필요한 시기. 홍 코치의 철학이 내년 이후 KT 투수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해보자.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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