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최근 4연승으로 순항중인 대한항공의 숨은 고민들

입력 2020-12-13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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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12월 들어 4연승이다. 3일 OK금융그룹전부터 시작해 한국전력~삼성화재~KB손해보험을 잇달아 꺾었다. 열흘 새 4경기를 치르는 고된 일정 속에서 일군 성과다. 토종선수들만으로 이런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시즌 전 모든 팀 감독이 우승 후보로 꼽았던 대한항공의 저력이 드러난다.

4연승 동안 대한항공이 가장 돋보였던 것은 리시브다. 효율이 압도적이다. OK금융그룹(37%-29%), 한국전력(38%-32%), 삼성화재(37%-31%) 등 상대팀들보다 더 탄탄한 기초공사를 자랑했다. 12일 KB손해보험전에선 56%-29%로 리시브 효율의 차이가 확연했다. 케이타가 48득점에 53%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하고도 KB손해보험이 이기지 못했다.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도 “우리가 못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잘했다”고 할 정도였다.

‘배구는 상대보다 먼저 공을 코트에 떨어트리지 않으면 이기는 경기’라는 유명한 배구 만화의 대사처럼 대한항공의 장점은 탄탄한 리시브다. 앞으로 대한항공을 상대할 팀들은 이를 뚫어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강한 서브가 해법이지만, 많은 범실이 딜레마다.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다. 시즌 내내 제 역할을 못한 대한항공의 외국인선수 비예나는 재활과 교체의 갈림길에 있다. 팀에 특화된 그는 지난 시즌 공격점유율 41%, 공격성공률 56%를 기록했다. 외국인선수가 해줘야 할 몫인 오픈공격은 점유율 49%, 성공률 51%로 경쟁력이 높았다. 세트당 0.559개의 서브도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모든 공격지표가 추락했다. 공격점유율 17%, 공격성공률 49%다. 오픈공격은 점유율 24%, 성공률 49%를 기록했고, 서브도 세트당 0.270개에 그쳤다. 지난 시즌보다 공격성공률이 7%나 추락한 이유는 부상이다. 성공적으로 시즌을 마치고 스페인으로 돌아갔던 비예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제대로 체력훈련도 못한 채 국가대표팀에 차출됐다. 그 후유증이 무릎 이상으로 나타났다. 산틸리 감독과 대한항공이 비예나의 현재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의 남은 시즌 행보가 결정될 전망이다.

임동혁이 비예나의 역할을 잘 메워주고 있지만, 시즌은 아직 한참 남았다. 임동혁이 현재의 기세를 시즌 끝까지 살려주면 대한항공은 물론 대형 라이트 공격수의 등장을 고대하던 대한민국 남자배구에도 큰 선물이 되겠지만 지속성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대한항공의 또 다른 걱정은 한선수다. 12일 KB손해보험전 4세트 12-12에서 한선수를 대신해 황승빈이 투입됐다. 듀스 혈투가 30-32까지 치열했지만, 산틸리 감독은 한선수를 교체 투입하지 않았다. 산틸리 감독이 내심 걱정하는 것은 한선수의 무릎이다. 이상신호가 왔다. 아픈 증세가 비예나를 점점 닮아간다. 그나마 비예나는 다른 누구로 교체할 수 있지만, 한선수는 대체불가다. 그래서 산틸리 감독은 4연승 중에도 고민이 많을 듯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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