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세계 최고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눈길

입력 2020-12-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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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사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보스턴 다이내믹스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지능형 로봇 개발업체로 꼽히는 기업이다. 보행로봇 스팟, 아틀라스를 비롯해 물류로봇 픽 등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로봇시장 연 32% 성장”…신사업 동력 확보

최고 수준 지능형 로봇 개발업체
정의선 회장 2389억원 사재 털어
총 1조2012억원 최대 규모 인수
로보틱스 사업 강화 확고한 의지
현대차그룹이 11억 달러(1조2012억 원) 가치의 세계 최고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Inc.)’를 인수키로 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는 11일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을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종 지분율은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회장 20%로 구성될 예정이다.

지분율에서도 알 수 있듯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약 2389억 원의 사재를 출연해 로보틱스 사업 강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체 투자 규모가 약 1조2012억 원인 이번 투자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 앱티브사와 총 40억 달러 가치의 지분을 절반씩(약 2조4000억 원) 나눠 갖는 방식으로 올해 설립(2019년 발표)한 합작법인 모셔널 투자에 이은 최대 규모다.

정의선 회장 로봇시장 잠재력에 주목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미래 성장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로봇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해 왔다.

정 회장은 2019년 10월 타운홀 미팅을 통해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글로벌 로봇 시장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로봇 시장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32%의 성장을 기록해 1772억 달러(193 조5024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2년 대학 내 벤처로 시작해 2013년 구글, 2017년 소프트뱅크그룹에 인수됐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지능형 로봇 개발 전문 업체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보행 로봇 스팟, 아틀라스를 비롯해 물류 로봇 픽 등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 2016년부터 2족 보행이 가능한 아틀라스를 선보였고, 2019년에는 로봇이 공중제비를 도는 고난도 동작으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체계적인 로봇 연구 시스템, 로봇 분야의 세계적인 우수 개발 인력 및 노하우 등이 현대차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 역량과 결합해 시너지가 극대화되고, 나아가 첨단 기술 선도 업체로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봇 사업의 본격화는 정의선 회장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인류의 자유롭고 안전한 이동의 가치 실현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정 회장은 10월 회장 취임 메시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와 이동의 제한으로 일상생활의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며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가고, 결실을 전 세계 모든 고객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물류’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승부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물류 로봇, 안내 및 지원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글로벌 톱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로봇 시장에서 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물류 로봇 시장에 우선 진출하고 이후 이동형 로봇 시장에 진입한 뒤 미래에 가장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되는 개인용 전문 서비스가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로봇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리포트앤리포트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23년에 39억 달러(4조2588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불리는 ‘아틀라스(Atlas)’를 보유하고 있다. 아틀라스는 빠르고 정교하며 점프, 물구나무서기, 공중제비 등 전신 이동성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고안된 고도의 연구 플랫폼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로봇 신사업을 위해 다수의 기업을 인수하기보다 관련 기술을 모두 갖고 있으면서 각각의 기술력 또한 글로벌 톱 수준인 기업 인수를 추진한 것”이라며 “단기간에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선두업체를 계열회사로 편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룹 차원의 로봇 신사업이 보다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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