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없던 리드오프 LG 홍창기, 순출루율 긍정 감소 꿈꾼다

입력 2020-12-17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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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홍창기. 스포츠동아DB

시력은 1.2, 1.0으로 평범한 수준이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서면 제3의 눈을 뜨는 것처럼 집요하게 상대 투수를 괴롭힌다. 그 결과 순출루율(출루율-타율) 1위에 올랐다. 풀타임 첫해부터 ‘자신의 것’을 증명했지만 홍창기(27·LG 트윈스)는 여전히 배고프다.

한두 경기의 표본만 살펴보면 눈 야구에 능한 유형의 출루율이 높다. 하지만 한 시즌 전체로 따지면 생산력이 높은 타자들이 출루율 순위 최상단에 오른다. 실제로 올해 출루율 TOP 5 역시 박석민(NC 다이노스·0.436)을 시작으로 최형우(KIA 타이거즈), 멜 로하스 주니어(전 KT 위즈), 손아섭(롯데 자이언츠), 강백호(KT 위즈)가 이름을 올렸다.

홍창기는 그들 바로 아래인 6위에 올랐다. 순출루율(출루율-타율)을 따지면 0.131로 리그 1위다. 이른바 ‘타출갭’이 압도적인 타자였다. MBC 청룡 시절 포함 LG 프랜차이즈 역사상 토종 순출루율 1위다. 외국인선수를 포함해도 2009년 로베르토 페타지니(0.135)에 이어 2위다. KBO리그 역사에도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홍창기의 올 시즌 순출루율은 역대 24위로, 단일시즌 순출루율 상위 30명 중 가장 적은 5홈런을 기록했다. 종전 기록은 2011년 장성호(한화 이글스)의 8홈런. 일반적으로 정면승부를 피해 출루율에서 이득을 보는 거포들과 달리, 오롯이 자신의 눈으로 투수를 괴롭혔다는 의미다.

LG의 리드오프 고민을 가장 트렌드에 걸맞은 유형으로 해소했기에 든든할 수밖에 없다. 홍창기도 “타격 훈련 때부터 나만의 스트라이크(S)존을 형성하고, 실전에서는 거기에서 벗어난 공을 기다린다. 회전수가 다르게 느껴지면 유인구라고 생각하고 참는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매긴 2020년 점수는 70~80점. 어느 정도는 성과를 인정한 것이다. 홍창기는 “수비나 주루에 실수가 있어 더 높은 점수는 못 줄 것 같다”면서도 “빈 자리가 생겼을 때 그걸 메우며 도움이 됐기에 조금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즌 후 신인상 투표 2위에 오르며 올 시즌 성과를 인정받았다.

시즌 종료 후 곧장 회복훈련 모드에 돌입하며 보강 운동을 소화했다. 단 2주만 쉰 뒤 지금은 스윙 회전을 더 빠르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족함을 느낀 배트 스피드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홍창기는 “내년에도 지금의 출루율을 잘 유지하고 싶다. 대신 타율을 더 올리고 싶다”고 밝혔다. 리그 최상위 수준의 출루율을 유지하며 0.279였던 타율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홍창기의 순출루율이 긍정적으로 감소한다면 LG로서도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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