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신구장 우승주역’ 예언을 현실로…NC 송명기는 아직 배고프다

입력 2020-12-28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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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송명기. 스포츠동아DB

2019 KBO 신인드래프트가 열린 2018년 9월 10일. 이날 이름이 불린 100명에게는 여전히 선명하게 새겨진 ‘취업일’이다. 당시 NC 다이노스 관계자는 2차 1라운드 지명권 행사에 앞서 “NC는 새로운 야구장에서 팀 우승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선수를 지명하겠다”고 말한 뒤 까까머리 투수의 이름을 불렀다. 주인공은 장충고 투수 송명기. 그리고 그는 입단 2년 만에 구단의 기대를 완벽히 수행하며 ‘V1’의 주역 중 한 명으로 거듭났다.

송명기는 지난해 2경기에서 3이닝을 소화하며 지명 첫해부터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철저한 계획 하에 선수를 육성하는 NC는 2021년쯤 송명기가 팀의 주축투수 중 한 명으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은 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여주기만 해도 성공이라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전반기 19경기에서 17.2이닝을 소화하며 1승무패, 평균자책점(ERA) 5.60을 기록했을 때만 해도 시간이 좀더 필요할 듯했다.

후반기부터 마법이 시작됐다. 8월 2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5이닝 1실점의 호투가 시작이었다. 이날을 포함해 12경기에서 61이닝을 책임졌는데, ERA는 3.54에 불과했다. 특히 팀이 연패에 빠질 때마다 선발로 나서 분위기를 바꾸는 등 8승3패를 스스로 챙겼다. 시즌 마지막 6경기에선 전승을 거뒀는데, 만 20세 이하 투수의 선발 6전승은 KBO리그 역사상 최초였다.

28일 연락이 닿은 송명기는 “올해 이렇게 잘할 것으로 예상하진 못했다. 생각도 못한 선물 같은 시즌이었다. 구속을 올리고 일정한 밸런스를 형성하는 게 목표였는데, 1군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낸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지명 당시 특별한 수식어로 불렸기 때문에 책임감이 더 컸다. 나를 높게 평가해주신 게 감사했는데, 2년 뒤 팀의 첫 우승에 어느 정도 보탬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우승 레이스에선 주역이었다.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4차전, 팀이 1승2패로 뒤진 가운데 선발등판해 5이닝 무실점으로 2000년대생 최초의 가을야구 승리투수의 영예를 안았다. 송명기의 호투로 시리즈의 균형을 되찾은 NC는 남은 2경기도 승리하며 우승을 완성했다.

하지만 송명기는 아직 배가 고프다. “솔직히 아직 밸런스를 완벽히 잡진 못했다. 기복이 좀 있다. 힘이 떨어졌을 때 대처하는 방법부터 원활한 골반 움직임 등 올 겨울 보완하고 싶은 게 많다”는 말에는 2021시즌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마운드 위에선 압도적 카리스마를 보여주지만 이제 갓 20세 소년이다. 3남매의 막내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한다는 이유로 부모님의 집중관리를 받았다. 형과 누나가 큰 희생을 해줬다는 사실을 갈수록 느끼고 있다.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NC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하지만 송명기의 야구인생은 이제 막 첫 발을 뗐을 뿐, 보여줄 게 아직 많이 남아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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